[ 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


다음 날에는 수상 버스를 타고 산마르코 광장에서 보이는 바다 맞은 편 바로크 양식이 아름다운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에 갔다. 이 곳의 종탑에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면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제법 높은 곳이지만 올라가 볼 가치는 있는 곳이다. 그 뒤, 수상 버스를 바꿔 타면서 몇 몇 주요 성당과 오래된 수산 시장과 주식 타고 가면 반드시 들려볼 곳의 하나이다.
몇 군데의 주요 성당과 현대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을 구경하다 보니 현대 조형물 속에서도 독특한 조형물이 밖에 나와 있거나 성당 내부에 괜찮은 벽화가 역사와 더불어 교회의 홍보 작품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수상 버스로 베네치아의 곳곳을 구경한 뒤, 필자는 아름다운 베네치아도 언젠가 다시 오리라 생각하며 다음날, 베네치아발 밀라노행의 유로스타에 올랐다. 제법 긴 시간을 타고 밀라노에 내리니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밀라노 역 입구의 큰 벽에는 한국의 현대 자동차 선전이 붙어 있었다. 각지의 호텔 모니터도 한국산 삼성이나 LG이었고, 한국 자동차의 대형 광고물을 밀라노 역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밀라노에 내려서는 일단 호텔을 체크 인 한 뒤,그 날은 몸살 기운 탓에 좀 쉬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밀라노의 짧은 시간을 유효하게 보내기 위해 아침 식사 후,레오나르도 다 빈치(‘다 빈치 지역의 레오나르도’라는 의미)의 미완성작인 ‘최후의 만찬’(‘다빈치 코드’라는 영화로 유명)을 보기 위해 메트로를 타고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P. S. Maria Delle Grazie)로 갔다. 교회 입구 옆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출입을 하기에 티켓 판매처라고 생각해서 갔더니 ‘최후의 만찬’ 을 보기 위해 웹 사이트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

▲ 밀라노 스포르제스코성

고, 필자가 간 날은 2주일까지 티켓이 판매되었다고 적혀 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야 볼 수 있기에 티켓 판매처 옆 복도에는 일본인 단체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칙 주의에게 부탁이 통용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한 번 물어 보니 ‘결코 불가능’이란 말을 한다. ‘결코 불가능!’ 왠지 그 말의 뉘앙스가 씁쓰레한 감정을 자아낸다. 그래서 빗속에 판매처 뒤쪽의 매점에 가서 그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기념품을 몇 가지 구입하면서 출구 쪽으로 보이는 ‘최후의 만찬’ 원형의 사진만 찍고 나오니 브라질에서 온 커플이 있기에 입장 티켓을 웹에서 구입했냐고 했더니 27유로(약5만원)에 구입을 했는데 짧은 시간에 보고 나니 좀 아쉽다는 이야기를 한다. 다빈치 코드 영화의 주제가 될 정도로 서구 종교 예술 작품 중에서도 뛰어난 작품이니 그만큼 가치가 있는 작품일 것이다. 수도원의 식당 벽에 걸려 있는 작품의 보존이 어려워서 관람객을 제한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적인 걸작들을 배출해 온 이탈리아의 미술 문화의 보고 속에서 ‘최후의 만찬’ 한 작품을 잠시 보기 위해 한정된 사람이 제한된 시간에 맞춰서 봐야 하는 것은 희소 가치성이나 작품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이탈리아 사회에서는 좀 비합리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교회를 개축하고 수도원의 존속을 위해 작품의 보존 유지에 진력해야 하는 경영 수단의 하나 일 수도 있지만(참고로 필자가 간 날에는 교회 오른쪽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매점의 상품들이나 그 가격대를 생각하면 그다지 효율적인 대처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매점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레오나르도 관련의 책자들은 이미 시중에 판매되는 책들이고, 인터넷으로 Amazon 등에서 구입하면 편하게 집까지 배달해 준다. 비슷한 제품들이 곳곳에서 판매 되고 있고, 로마의 포폴로 광장 옆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박물관에서나 주요 미술관에 가면 수도원에서 판매하는 레오나르도의 작품 엽서 등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필자도 ‘다 빈치 코드’를 봤던 입장이라서 실물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만 선호하는 입장도 아니기에 인연이 닿지 않았다 생각하고 발길을 스포르제스코 성 박물관(Musei del Vastello Sforzesco)으로 돌렸다. 빗속의 화려한 분수를 보면서 입구로 들어가니 비스콘티 가문의 상징인 ‘사람 잡아 먹는 뱀’이 곳곳에 성 벽 곳곳에 그려져 있다. 브라만테 등이 설계한 아름다운 뜰을 보면서 입구와 다른 후문 쪽으로 가 보니 멀리 개선문이 보인다. 비가 심해지기에 얼른 박물관 입장권을 끊었다. 밀라노 시립 박물관(Musei Civici di Milano) 형식으로 티켓은 3유로이다. 전시실 군데군데에는 작품들을 관리하는 관리인들이 앉아 있지만, 전시 작품은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 한, 카메라 사용을 인정해 준다. 이 박물관에는 고대부터 중세의 작품 뿐이 아니라 현대 디자인 응용 작품 까지도 전시하고 있다. 각 전시실에 테마를 정하여 전시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고대 조각 등을 볼 수 있고, 성모자 상이나 성모 승천, 예수의 조각 등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기존의 아름답고 성스러우며 젊은 성모상이 아니라, 상당히 친근감 넘치는 자상스런 어머니의 표정으로 표현된 사실적인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를 비롯한 다른 유럽에서 본 작가들의 성모상의 그림은 너무 완벽하게 이지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젊은 미모의 성모상이라서 그림에 썩 친근감을 느끼지 못했기에 밀라노의 스포르제스코성이나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전시했던 인간적인 성모상의 조각 등은 따스한 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제 4 전시실에는 14세기 롬바르디아파 조각과 당시 최고의 조각 표현을 나타내던 토스카나 출신 거장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특히 죠반니 디 바르두쵸는 영주 아초네 비스콘티의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였던 베아트리체 디 에스테의 영묘 조각을 부탁 받고, ‘프루게리마(최고로 아름다운 관)’을 조각한다. 이 베아트리체야 말로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베아트리체이다. 스포르제스코 박물관 문화국의 조사 내용에 의하면 그녀의 첫 남편 왈; ‘Non le fara si bella sepoltura/la viper ache I milanesi accampa’ (뱀이 살고 있는 밀라노에서는 내가 해 줄 수 있는 화려한 장례는 해 받지 못할 것이야—-단테 신곡 연옥편 제8권 참조) 이라고 했다고 한다. 베아트리체 공작부인이 생존 때 그 의붓 아들 아초네는 그녀의 영묘를 제작했다고 한다. 이 영묘의 조각들을 보다 보면 참으로 아름답고 섬세하게 조각이 되어 있는 것이 많다. 특히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대성당에 가면 미켈란젤로 옆에 단테의 영묘가 있고, 마키아벨리 등이 같은 교회 내에 잠들어 있는데 영묘의 웅장함과 우아함 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박물관에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두 점 들어 있는데, 하나는 1515년에 그가 그린 성모상의 그림이고, 하나는 제8전시실의 벽과 천정 장식이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새로운 탓에 그다지 살벌한 관리는 하지 않는다. 손을 대지 않고,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 이상은 카메라 촬영도 말이 없었다. 밀라노를 방문하면 이 카스텔로 스포르제스코는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작품들을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외에도 수많은 성모상이나 피에타상이 있는 공작의 예배당이나 미켈란젤로가 1564년2월18일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제작을 했던 론다니니의 피에타상이 있고, 그 외 밀라노의 영주들의 가구나 테이블, 악기, 장식물 등 수많은 보물이 들어 있다. 또한 박물관 지하에 가면 이집트에서 가져 온 미이라나 장식물들, 그리고 이탈리아의 선사 시대부터 석시, 철기, 청동기 등의 도구의 발전이 단계적으로 전시 되어 있어서,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강의를 하는 교사들도 볼 수가 있다.

▲ 두오모

필자는 비가 거세지기 전에 밀라노 시내의 두오모(Duomo, Cathedral)를 보러 갔다. 지하철역을 나서자마자 눈앞에 들어오는 그 화려하고 웅장한 규모의 흰 대리석으로 빛을 발하는 두오모는 1386년에 비스콘티 공작 지휘로 착공하여 19세기 초에 완성할 정도로 몇 백 년의 기간을 두고 만들어진 만큼 그야말로 보는 이를 압도할 정도의 건축물이었다. 높이 157M, 너비 92M에 수많은 첨탑과 2000개를 넘는 조각상으로 만들어진 이 두오 모는 고딕양식에서는 세계 최대라고 하니 가히 그 규모나 역사나 조각상의 예술적 의미에서도 세계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높은 첨탑 위에는 마리아상이, 그 외의 첨탑이나 건물 곳곳에는 성인들과 사도들의 조각상이 올려져 있는 게 특징이다. 그 두오모 앞 광장에는 이탈리아를 통일한 엠마누엘레2세의 동상이 사자의 호위를 받으며 두오모를 바라보고 있고 넓고 많은 조형물들이나 행사장이 있어서 밀라노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두오모 주변으로는 갈레리아 아케이드와 더불어 많은 명품 가게가 패션의 도시 밀라노를 말하고 있다. 날씨가 맑으면 두오모 안의 엘리베이터로 옥상까지 올라가면 좋을 텐데 필자가 도착한 것은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이었기에 두오모 지하의 박물관이 폐관이 될 때였다. 마침 저녁 미사를 보고 있어서 내부의 50개를 넘는 열주와 수많은 성모화 등을 보면서 미사 의식을 오랜만에 보았다. 기존의 봐 왔던 미사들과 달리 신자들과 신부들의 행렬이 규모가 컸다. 그 미사가 끝나고 나서 필자는 아케이드 쪽을 산책하다가 비와 눈이 섞여서

▲ 두오모 옆 아케이드

내리기에 추위를 느끼고선 두오모 뒤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카페에서 카페라떼와 티라미수를 시켜서 몸을 녹인 뒤, 호텔로 돌아와서 앓았다. 긴 이탈리아의 여정 속에서 어느새 심신은 과로를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가만히 누워 생각하자니 이탈리아 각지의 매력이 참으로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는 지역마다 현저히 차이가 나는 독창적이고 다양한 지역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풍요로운 유산 문화를 활용한 관광객 유치가 잘 되어 있는 반면, 관광 인프라, 특히 우편물 등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향후의 관광 인프라를 위한 개선책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로마 시대에서 근대까지 우리들이 배워왔던 세계사의 많은 인물들이 이탈리아와 관련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하였고, 필자가 눈으로 보고 발로 뛴 곳이 서양사의 주요 사적지라는 것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 지역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관계 지역을 직접 보고 찾는 것이 가장 오래도록 기억된다는 것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미열이 있었으나 케임브리지에서 걸려 온 지인들의 전화에 힘입어 밀라노 근처의 베라가모 공항에 도착하여 스탄스테드행 비행기를 탔다. 걷고 뛰고 하면서 체력전을 해 온 필자가 겨우 케임브리지의 숙소에 도착해 보니, 한국과 일본 각지에서 우편물이 도착해 있었다. 특히 그 속에는 일본의 고시히카리 쌀과 일본의 명물들, 토속 된장, 김치 팩, 각종 장아찌 등의 음식물이 EMS로 도착해 있었다. 전 총장님의 배려였다. 학교와 집 밖에 모르던 필자를 고리타분해 산다고 힐책하시며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워오는 것이 가장 큰 공부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셨던 분이기에 케임브리지에서 받아 보는 고시 히카리 쌀이나 된장, 그리고 슈퍼마켓에서 구입하셨을 김치 팩이나 장아찌 종류 등을 보면서 얼마나 든든함을 느꼈는지 모른다. 이런 따스한 인정으로 연구 전념기간의 시간을 응원해 주신 무라마츠 총장님과 와시야마 전 총장님, 그 외의 많은 친구와 지인들, 현지에서 알게 된 소중한 인연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