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오 /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한인회장 ]


먼저 이러한 편지를 올리게 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의 초창기 시절부터 위원을 맡아왔던 올드타이머(Old timer)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현직 오렌지카운티 한인회장으로서 과거와 같은 잘못된 사례가 또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되겠다는 노파심에서 이렇게 편지를 올리게 된 것입니다.

과거와 같은 잘못된 사례란 평통위원을 임명할 때 현지 공관장이 중심이 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자 외에 선정 주체조차도 불명확한 인사들이 평통위원으로 선정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드물게는 지역협의회 회장조차도 평통사무처에서 일방적으로 임명한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동포사회의 단결과 그 지도급 인사들의 역량을 규합해 조국의 민주평화통일을 측면지원하게 한다는 평통 해외지역협의회 본연의 목적에도 위배되는 것이며 대한민국 정부가 임명한 현지 공관장의 권위도 떨어뜨리는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되지 않고 소위 '낙하산' 인사를 통한 평통사무처 자체의 평통위원 추천 규정에 위배된 인사들도 많아 평통사무처가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자가당착적인 면도 있습니다.

전 세계 각지에 산재해 있는 해외 동포사회의 경우 현지의 상황은 현지에 살고 있는 동포들이나 현지 공관장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평통위원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 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정상적인 추천 경로를 거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경로를 통해 평통위원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한 결격사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평통 사무처는 그러한 청탁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소송이나 분쟁 당사자 부도덕한 후보자도 있음을 알아 그들의 청탁을 받아서도 안 되고 그들을 평통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더더욱 안될 것입니다.

소위 '낙하산'의 경우 평통위원에 임명되고 난 후에도 문제라는 것을 저는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동포사회를 통해 추천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동포사회에 대한 귀속감이나 의무감도 떨어집니다. 따라서 평통위원의 기본 의무인 회의 참석과 회비 납부에도 소홀한 경우가 많아 내부의 불협화음을 야기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해외 동포사회의 경우 그동안 일부 평통위원들이 일으킨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물의 때문에 평통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때 동포사회의 어떠한 검증도 거치지 않은 함량 미달의 인사나 해외 한인사회를 위해 어떠한 봉사도 하지 않았던 인물이 추천위원회를 통하지 않고 임명되는 등 인사의 난맥상을 보이거나 잡음을 일으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는 평통 스스로가 자신의 권위를 크게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언제 어디에나 해당되는 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디 제15기 해외지역협의회 평통위원 인선에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 '평통이 먹통'이라는 조롱 섞인 말이나 평통무용론 따위가 대두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오늘도 조국의 발전과 민주평화통일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해외동포들의 권익옹호에 앞장서고 있는 평통 사무처장님과 귀 기관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저희 해외 동포들도 조국과 시대가 저희에게 요구하는 바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을 드립니다.

(LA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