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갑수 / 원코리아페스티벌 실행위원장 ]


원코리아페스티벌은 무엇보다 재일동포의 입장에서 원코리아에 대한 비전을 호소하며 1985년 해방 40주년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제1회(1985년)때에는 재일동포들의 생활에 기반을 둔 통일 비전을 호소하면서, 통일된 조국이 재일동포들의 백그라운드가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제시했다. 그러나 비전은 그 당시 너무 막연한 것이었다. 제2회(1986년)에도 통일에 대한 큰 방향으로, 재일동포의 다양성을 살리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로 어느 정도 자리 매김하기는 했지만, 역시 선명하게 그 무엇이 잡히지는 않았다. 제3회(1987년)의 취지문 ‘우리들은 원코리아의 비전을 제언합니다.’에 와서야 겨우 비전이 명확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원코리아를 이상론이라든가, 유토피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상이 없는 민족, 국가가 어떻게 세계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겠는가.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초월하고 새로운 사회를 창조한다면 원코리아는 세계에 새로운 이상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재일동포, 그리고 모든 해외동포가 원코리아로 하나가 되고, 같은 민족으로서 서로 손을 잡아야만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우리조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때까지는 재일 동포로서의 통일에 대한 의의를 현실적으로 말해보려고 애를 썼는데 어쩌면 통일은 그냥 이상으로 생각해도 좋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그 때부터 겨우 미래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재일동포들이 먼저 하나가 되어 민족통일의 심벌이 되고 조국남북 해외동포들을 연결하는 역활을 담당하면서 원코리아의 실현에 공헌한다’는 즉, 재일코리언의 존재 그 자체가 원코리아의 심벌이 되자는 것이었다.

일본에는 남북을 나누는 군사 경계선 (38도선)이 없다. 국경보다 더 심각한 경계로 차단되어 있어, 한국과 북한 사람들은 자유로이 오고 갈수 없지만 재일동포들은, 총련과 민단으로 나누어져 대립하고는 있긴 해도 관혼상제 등 여러 형태로 만날 수는 있지 않은가. 예를 들면, 조상님을 모시는 제사 때에는 민단을 지지하든 총련을 지지하든 친척들이 다 모인다. 그런 식으로 제사나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있으면 친척, 지인이 다 모였던 것이다. 그것은 조국에 있는 사람들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본에 거주하는 우리들 재일동포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어차피 관혼상제의 ‘제’는 ‘축제’라는 의미이기에 여러 생각과 여러 다른 입장의 사람들이 쉽게 모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원코리아페스티벌을 시작하였는데 그런 효용 이상의 심벌적인 존재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해외동포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에 약700만 명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해외동포들과 달리 재일동포들만 조국의 남북대립을 그대로 직접 반영하면서 총련과 민단으로 대립하고 있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38도선’도 없고 서로 쉽게 만날 수도 있는 재일동포들이 화해와 교류, 협력을 통해서 ‘하나’가 되고 통일의 모델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통일에 대한 멋진 공헌이라고 생각하였다.

다시 생각해보면 재일동포들은 굉장히 유니크(unique)한 존재이기도 하다. 한국과 일본은 옛날에 식민지와 지배국의 관계였다. 그 옛 지배국에서 수세대에 걸쳐 살아오고 있는 재일동포들은 근대의 역사를 몸으로 직접 체현하고 있는 것이며 그 때문에 양국의 입장에서 역사를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재일동포 역사가나 연구가에 의한 코리아, 일본 쌍방에 자극을 주는 뛰어난 논문이나 연구가 많이 있다. 또한, 재일동포들은 오랫동안 차별을 받아왔기 때문에 ‘인권’이나 ‘민주주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추구하여 왔다. 그와 동시에 코리아와 일본 양쪽을 다 잘 아는 다리 역할도 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국적, 조선적, 일본국적’으로 나뉘어져서 말과 민족, 국가와 국적이 일치하지 않는 재일동포들은 민족과 국가에 대해서도 언제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본다면 재일동포는 ‘탈 식민주의(Post colonialism)'와 '디아스포라(자기 국가가 아닌 남의 나라에서 살 수밖에 없는 이산민족)'라는 최근 점점 지구적 규모로 제기되어 있는 과제와 '인권'이나 '민주주의' '시민적 자유'라는 보편적인 과제, 양쪽 모두에 가장 많이 직면해 있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여기서부터 나는 자기들의 운동을, 이런 지구적, 보편적인 과제에 맞게 발전 시켜나가면서 거기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망을 보다 풍부한 비전으로서 제시해 내고자 생각하게 되었다.

부정적인 것도 발상을 바꾸어 펼쳐나가다 보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5회(1989년)의 취지문에서 ‘재일동포가 하나로 되는 것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남과 북 어느 쪽에 대한 지지, 대립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의 대립, 국적의 문제 등 하나로 되는 것을 저지하는 복잡한 문제와 요인들이 너무 많이 있다’고 재일동포의 현실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그러기에 더욱 새로운 발상과 비전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라고 발상의 전환을 호소한 바 있다.

또한, 우리 동포들에게 ‘통일에 있어서 해외동포의 역할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과 ‘해외동포의 존재를 적극적,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하며 ‘재일’이라는 테두리를 뛰어넘어 해외동포들 중의 한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국제사회의 움직임, 세계의 흐름을 지금까지 보다도 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였다.

첫 회(1９８５년)에는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을 내걸고 등장한 것에 주목을 했는데 국제 정세는 그 후에 급속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동서냉전체제의 붕괴, 독일통일, EC(유럽공동체)통합의 심화, 소련의 해체 등 세계는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혼란하고 혼돈스러운 상황 속에서 방향성을 잃어버리기 쉬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역사의 흐름은 오히려 명확한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제6회(1990년)때의 취지문에는 ‘지금까지의 세계의 진행방향을 드러내는 키워드는 당연히 리버럴리즘(자유주의), 글로벌(지역통합), 휴머니즘(인권)에 집약되어있다고 생각되지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소련을 시작해서 동유럽의 변혁, 또는 유럽의 EC통합과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경제권 등 국경을 초월한 지역 경제권의 형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고 썼다. 특히 글로벌에 대해서는 지역 통합의 움직임에 비중을 두었다. 그것은 단순한 세계경제의 일체화가 아니고 지역통합이 세계로 번질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아시아 경제권 특히 아시아 공동체를 전망하고 있는 때에, 그 최대의 장애가 우리조국을 분단시키고 있는 ‘38 도선’이 있는 한 이 땅에 평화와 안정은 없을 것이며 또한 ‘아시아 공동체’ 구상도 그 실현이 어렵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주변 제국들이 코리아가 하나가 되는 것이야말로 각국의 이익에도 연결된다는 것을 인식할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생각을 통일과 연결 시켜서 처음으로 ‘아시아 공동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 후부터 아시아 공동체의 이념이나 목적에 대해 명확하게 해왔는데 이것에 대하여 가나가와대학 교수인 윤건차 씨(‘한국의 현대사상’은 한국에서도 출판되었다)가 간결하게 정리한 글을 여기에 소개해 보겠다.

『원코리아페스티벌은 1985년 [해방40주년]을 계기로 시작된 것으로 이후, 매년 회를 거듭하며 지금까지 남북통일을 향하여 재일동포의 대표적인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원코리아페스티벌은 출발 이래 재일동포의 남과 북 여러 단체들의 반목, 알력, 남북 본국 정부의 경계, 그리고 재일동포 자신들의 무 이해로 인해 가시밭길을 걸어 왔지만 이제 각 방면의 이해를 얻으면서 그 이념도 재일이나 남북 조선을 뛰어넘는 동아시아적 시점을 획득하게 되었다. 편년사적으로 원코리아페스티벌의 대회안내나 선언문등을 펼쳐보니 5주년째인 89년에는 긴장완화와 평화공존의 모델로서 ‘유럽 EC’라고 하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가치가 있었다. 그것은 시기적으로 봐서, 마침 동구제국의 민주화개혁 등 사회주의권의 격동과 연동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 된다.
원래 원코리아페스티벌은 남북통일에 있어서의 해외동포의 존재를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당연히 운동의 당초부터 재일, 일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그 위에 더 세계로까지 연결시켜 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90주년의 제6회 페스티벌에선 ‘원코리아, 아시아, 세계’라고하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고 ‘아시아공동체’라고 하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 이후 이 아시아공동체는 원코리아페스티벌이 지향해야 할 미래상으로서 명확하게 되고 그것은 아시아의 평화와 발전, 그 위에 세계에로의 공헌을 지향하는 것으로서 위치를 잡게 된다. 더군다나 이 아시아 공동체의 이념은 93년부터는 ‘아시아시민’의 창출이라고 하는 이상으로 제시되고, 아시아 공동체를 단순하게 경제적 통합만이 아닌 아시아시민의 창출을 통해서 아시아에 있어서의 시민적 권리와 자유의 보편적 실현을 지향하는 발상에 의거한 것임을 명확하게 했다. (재일에 있어서의 동아시아 인식, 재일을 생각한다(평범사) 』

이 아시아 공동체는 오랫동안 의문과 비판을 받았다. ‘통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일본이 전시 중에 주장한 대동아공영권을 생각나게 해서 불쾌하다.’ ‘문화적으로 동일성도 높고 인구의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 유럽에서는 할 수 있어도 아시아에서는 무리다.’ 등...
그때마다 나는 앞으로 통일과 지역통합의 움직임은 연동해서 서로 촉진시켜 가는 관계가 될 것이며, 일본과 공통의 미래를 지향하는 공동작업을 목표로 하면서 일본의 과거의 극복도 발전적으로 촉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통합을 진전시켜 나가면 미국도 이에 대항하여 지역통합을 진전시켜 나갈 것인데, 그렇게 된다면 아시아도 진지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에는 아시아에 있어서의 지역통합의 구상은 ‘동아시아 공동체’와 ‘동남아시아 공동체’ ‘동북아시아 공통의 집’ 등 이미 현실적인 과제로서 활발하게 의논되고 있다. 거기에는 아시아 경제의 발전과 위기, 중국의 대두 등 여러 가지의 경제적, 정치적인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우리들이 지향하는 아시아 공동체는 출발에 있어서는 경제적 통합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을 지라도 거기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윤건차 씨의 지적에도 있었듯이 아시아 시민의 창출을 지향 하자는 것이다. EU의 유럽시민을 모델로 하고 있지만 결국은 지구시민 또는 세계 시민과 연결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궁극적인 이상을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북아시아, 동아시아보다 더 넓은 아시아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현재에 이르는 비전이 확립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재일 코리언이 먼저 하나가 되어 원코리아의 심벌이 되고 조국남북, 해외동포와 연결하는 역할로서 원코리아의 실현에 공헌함과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세계시민으로 연결되는 아시아시민 창출을 위한 아시아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 비전을 재일이나 조국 남북, 세계의 변화와 격동에 대응해 나가면서 그 변화의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 20년간의 원코리아 운동의 흐름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젼의 전반을 구체적으로 실현화하기 위해 서 원코리아페스티벌은 여러 가지로 남북공연의 실현에 노력하여 왔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각지에서 개최 되고있는 재일 코리언의 행사 특히 총련, 민단 합동행사 등을 보면 ‘원코리아 퍼레이드’ ‘원코리아 바둑대회’와 ‘가와사끼 하나페스티벌’ ‘오사까 하나마투리’라는 식으로 ‘원코리아’와 ‘하나’를 사용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되었다.

원코리아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던 원코리아와 하나라는 말이 지금은 재일동포들 사이에서 화해와 교류, 협력과 통일의 이미지로 문자 그대로의 심벌이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 처음에 원코리아라는 이름을 썼을 때는 왜 영어식의 표현을 사용하는가 등 여러 비난도 많이 받았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같은 이름의 원코리아 페스티벌과 원코리아 마라톤대회 등이 등장하는데 20여 년 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전의 후반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서 2000년부터 매년 ‘동아시아 공동체’와 ‘동북아시아코리언의 네트워크’를 테마로 한 심포지움을 개최하고 있는데 강상중（東京大学教授）, 이종원（立教大学教授）, 박일（大阪市立大学）등 재일동포들은 물론 와다 하루끼（東京大学名誉教授）, 이시게나오미찌（国立民族学博物館館長）, 요시다야스히꼬（大阪経済法科大学）등 일본인들과 한국에서도 저명한 분들을 모시고 그리고 중국, 러시아의 연구자, 활동가들도 참가하여 열띤 토론을 벌리기도 하였다.

조국의 남북관계 움직임에 관해서도 원코리아 제1회를 시작하기 바로 전년도인 1984년 9월에 한국에 수해가 났을 때 북한이 지원을 제안했고 그것을 한국이 받아들여서 분단 후 처음으로 원조물자가 실제로 오고갔는데 이것을 보며 남북관계 변화의 큰 조짐으로 환영하는 코멘트를 하였다. 이후, 1985년의 남북이산가족 상호방문과 예술단 상호공연의 실현, 1989년의 한국 실업가의 북한방문, 1991년의 치바에서 열렸던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처음으로 남북통일팀 ‘코리아’의 참가와 민단, 총련의 공동응원 실현 김일성 주석과 김영삼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개최 발표(이때는 김일성주석의 사망으로 실현 안 됨)1999년 한국 기업에 의한 금강산 관광실현, 2003년 남북철도, 철로의 연결2005년의 본격적인 대규모적인 남북경제협력 사업인 개성공업단지의 조업개시 등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의 움직임이 있을 때 마다 환영과 지지를 표명하며 한층 더 활성화되기를 일관되게 호소하여 왔다.

2000년 4월 10일 ‘6월에 남북정상회담결정’이 뉴스에서 흘러나왔을 때에는 나는 무릎을 치며 기뻐했다. 나는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재일동포들의 존재를 원코리아페스티벌에서 일본전국, 세계에 어필하기위해 긴급히 행사를 가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6월 12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정상회담 전날, 6월 11일 ‘남북정상회담 환영! 원코리아페스티벌 in 동경’을 개최하였다. 나는 이왕 한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회담 전날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코리아페스티벌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비전으로 본다면, 회담의 결과를 보고서가 아니라, 전날 함으로해서 재일동포가 회담에 대하여 주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자세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당일, 주체장소인 한국 YMCA홀에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뉴스 스테이션’ ‘뉴스 10’을 비롯하여 동경과 관서의 주요 방송국 모두, 또 KBS, MBC, SBS 등의 한국 주요 방송국, 그 외 신문, 잡지기자와 카메라맨들이 빽빽하게 몰려들었다. 그 때 감동했던 것은 총련, 민단의 현역 젊은 간부들까지 달려와서 방송국의 인터뷰에 당당하게 대답해주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명을 발표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의 계속’ ‘1991년의 불가침과 교류협력합의서에 있어서 합의한 일곱 개의 실전항목 존중’ ‘남북이산가족재회 실현’ 등 일곱 항목을 제언하였다. 그 가운데 실제로 다섯 항목이 6월 15일에 발표된 남북공동선언에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오사카에 급히 돌아와, 오사카의 동료들과 같이 평양의 순안공항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을 위성방송 생중계로 보았다.

오사카에서도 정상회담성공을 축하 하는 긴급 원코리아페스티벌 모임을 가졌다. 남북의 술을 하나의 컵에 섞어서 모두다 같이 건배하였다. 정상회담을 전하는 일본의 메디아에서는 연일 ‘원코리아’라고 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나는 원코리아가 재일동포들에게 뿐만 아니라 일본사회, 일본사람들에게도 크게 알려져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남북공동선언은 그 제1항에 ‘남과 북 조국의 통일문제는 그 주인 되는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갈 것을 결정했다.’라고 되어 있다. 그것은 자주적 통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다른 나라는 배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나 모두 같은 대등한 입장으로 상대한다는 자세를 관철하겠다는 뜻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그것은 조선왕조말기 이리저리 외국에 기대면서 식민지로 전락하고 결국 분단되고 마는 우리 역사의 아픈 교훈에 입각한 것이다.

남북공동선언은 마땅히 그런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동아시아공동체를 지향하는 새로운 동북아시아의 지역질서를 주변의 제국들과 대등하게 협력해 나가면서 동시에 주도적으로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후, 200４년에 원코리아페스티벌실행위원회는 재일한국민주인권협의회, 민족교육문화센터라고 하는 단체와 함께 ‘코리아 NGO센터’를 결성해, 비전을 행사위주의 이벤트뿐만 아니라 일상 활동으로서도 실천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코리아 NGO 센터는 ‘경계로부터 공생으로’라고 하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이 말　안에는 국가와 국가의 틈에서 살아 온 재일 동포와 새로운 공익을 담당하는 주체로서 계속 대두되고 있는 NGO, 그 재일동포와 NGO양자 간에 감추어져있는 시대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인권, 민주주의, 자립된 시민이란 이념 아래 일본에 있어서의 민족 교육의 확대 발전과 다문화 공생, 동북아시아에 있어서의 코리안·네트워크의 형성, 남북, 해외 코리언의 다양성을 포괄하는 민족공동체로서의 통일, 열린 지역주의로서의 동아시아공동체를 목표로 하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매년 원코리아페스티벌에는 한국의 NGO 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중국, 러시아로부터의 ‘원 코리아 페스티벌 방문단’이 일본을 방문하여 교류를 깊이 나누고 있다. 동북아시아에 거주 하고 있는 약 300만 명의 동포의 존재는 통일에도, 지역 통합에도, 촉매로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이렇게 조국, 해외동포들의 가능한 한 다양한 입장의 단체, 개인이, 자유롭게 서로 의견을 내놓고 토론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동포들에게 있어서 보다 좋은 열린 민족공동체, 즉 통일 코리아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