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최근 미주 한인사회에서 두 개의 한인회가 존재하며 물의를 일으키던 LA와 댈러스에서 한인회 통합 소식이 들리고 있다. 반가움에 앞서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을 금할 수 없다.

LA지역은 박요한 씨가 만든 ‘새LA한인회’ 간판을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간판을 내리는 조건으로 내건 15명의 이사 자리 배분을 스칼렛 엄 회장측이 수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인사회를 볼모로 아우성을 쳐댄 이유가 한인회 이사직 배분이라니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댈러스 한인회’ 통합의 모습은 또 어떤가?
‘중남부한인회연합회’로부터 이 메일이 왔다. 그동안 두 개로 갈라졌던 양 한인회가 조건 없는 통합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중남부한인회연합회가 주장하듯 양자 간에 조건 없는 통합이라면 과거지사가 어찌 되었건 한인 사회의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반길 일이다.

하지만 조건이 없다던 통합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나가던 개도 웃을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중남부한인회연합회의 헬렌 장 회장은 이 메일에서 조건 없는 통합이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실상은 조건 있는 야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댈러스 지역에 두 개의 한인회가 생긴 이유는 간단하다. 안영호 씨가 당시 선관위의 규정을 어기고 또 선관위의 결정에 불복하며 ‘북택사스한인회’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에 석고대죄를 하고 잘못을 빌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차기 댈러스한인회 회장 감투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한인사회를 우롱하고 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통합을 주선한 인사들의 수준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과연 한인회장이라는 감투가 몇 사람이 합의하면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런 한심한 사고 발상의 소유자들이 한인사회의 지도자를 자칭하며 한인사회의 전면에서 설쳐대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을 두고 조건 없는 통합 운운해가며 한인사회를 농락하는 모습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점들이 한인사회가 한인회를 외면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한인사회가 한인사회 대표기관을 자처하는 한인회를 묵인해온 이유는 간단하다.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이라도 정해진 룰에 의해서 지역 사회에서 선택된 인물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몇 사람이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감투를 주고받는 모습을 연출하면서도 한인사회의 대표자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도가 지나친 착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영호 씨의 경우는 이미 자신이 만든 북텍사스한인회의 회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한인사회의 대표자 놀음을 해본 인물이다. 봉사자로서 이미 한인사회에서 검증을 받은 바가 있는 인물이라는 말이다.

만약 안영호 씨의 입장에서 댈러스한인회장 감투가 북텍사스한인회장의 감투보다 더 멋져 보였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북텍사스한인회를 해산하고 차기 댈러스한인회장 경선에 나서 지역 한인사회의 심판을 받으면 될 일이다. 그것이 한인사회에서 대표자 놀이를 하기에도 오히려 떳떳할 것이다.

여하튼 미주한인회총연합회라는 단체는 한인회 전. 현직 회장들의 모임체이다.
댈러스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 한인회장 감투를 몇 사람이 주고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단체이기 때문인지 5월 28일로 예정된 차기 회장 선거 과정을 보면 한마디로 가관을 넘어 실망스러운 모습뿐이다.

워낙 돈 판 선거가 관습으로 굳어진 단체이니 그렇다고 치자. 또 후보자에 대한 음해와 중상모략 역시 선거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라고 하자. 그럼에도 자신들과 다른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케케묵은 서류철까지 꺼내들고 음해와 중상모략을 일삼는 모습을 보면 연민의 정마저 들 정도이다.

얼마 전 LA의 모 주간지 발행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16년 전 S모 전직 미주총연회장이 북한 UN대표부에 보낸 서류를 입수했다는 것이다. 미주총연의 대부로 불리는 L모 전직 총회장으로부터 넘겨받은 문건이다.

문건과 관련된 요지는 ‘이런 성향의 S전직 회장이 전. 현직 회장들의 친목 단체인 특정 단체의 중심인물이며 그 조직이 모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때문에 S씨가 지지하는 후보 역시 좌파가 분명하다’는 논리이다.

논리의 비약, 16년이나 지난 문건까지 꺼내들고 언론사를 찾아가는 모습도 한심스럽지만 이런 사람을 미주총연의 원로라고 추켜세우는 무리 역시 문제가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오죽하면 양 후보 모두가 총연의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서는 인적 개혁이 시급하다고 외쳐대고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