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우성 / 재미언론인 ]

▲ 캘리포니아 주 윌로우스(Willows)에 설치된 임시정부 비행학교의 모델이 됐을 것으로 보이는 캘리포니아 주 레드우드(Redwood) 비행학교의 1920년 무렵 모습. 한인 청년들 다수가 이 미국 민간 비행학교에서도 비행훈련을 받았다. 출처=USC동아시아도서관

임시정부 비행학교는 임정이 먼저 공군양성책을 세우고 여기에 국민이 호응하는 순서가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을 보면서 앞으로 독립전쟁에서 공군력의 중요성을 인식한 국민적 움직임이 선행하고, 이 같은 움직임을 1919년 수립된 임정이 조직화한 결과였다.

공군력의 중요성을 인식한 국민적 움직임이란 보다 구체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이 세계를 뒤흔들었던 1910년대를 중심으로 하는 재미동포사회의 움직임을 말한다.

조선 개화를 부르짖던 갑신정변(1884년)에 실패하고 미국으로 망명한 서재필 등이 효시가 된 재미동포사회는 1900년대 초반 한반도에서 일제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조선을 떠난 망명자 또는 이민자가 늘면서 양적 팽창을 하는데 이때 재미동포사회의 시대정신은 조선의 독립이었다.

이 같은 시대정신을 이끌었던 정신적 지주는 신한민보로 대표되는 언론이었다. 신한민보는 안창호가 국권회복을 위해 미국에서 창간한 공립신보의 후신으로 1909년부터 신한민보로 이름을 바꾸고 발전을 거듭하며 영향력도 한층 커졌다. 신한민보는 발행은 미국에서 되지만 중국ㆍ러시아ㆍ멕시코에 있는 한인사회와 조선에서도 일부 독자층을 가지면서 한일합방으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완전히 전락한 암흑기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등장하는 1920년대 초반까지 독립운동의 정신적 견인차 역할을 했다.

신한민보는 이 같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독립사상을 끊임없이 고취하고 제1차 세계대전의 전황을 폭넓게 전하면서 무기와 군사력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신문은 특히 20세기 들어 등장한 새로운 문명의 이기인 비행기에 대해 각별히 관심을 둘 것을 촉구했다.

“공기선이 앞으로 정찰기나 폭격기로 크게 활용될 것”이라거나(1909년3월10일), “전쟁이 약 100년 전에 나폴레옹으로 인해 유럽을 흔든 것 같이 이번에는 세계를 흔들 터이니 그때에 우리 한국 민족은 어찌할지 한번 미리 생각할 바이다”면서 제1차 세계대전을 예견하고 이를 이용해 한민족이 장래를 모색할 것을 권하면서 비행기 사진을 함께 싣거나(1914년1월29일), ‘전쟁과학’ 난을 따로 만들어 무기로서 비행기 소개 시리즈를 연재하거나(1916년 9월8일~10월5일), “독일군 비행대가 런던을 공습해 사상자가 100여 명 발생했다”(1917년6월21일)는 식이었다.

▲ 신한민보는 공군력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 한인청년들 다수가 조종사나 정비사가 되도록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이용해 한민족이 장래를 모색할 것을 권하면서 비행기 사진을 함께 실은 신한민보 1914년 1월 29일자.

이 같은 신한민보의 지속적인 화두 제시와 캠페인은 실제로 재미동포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 많은 한인 청년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미군에 들어갔다. 이들이 군복을 입은 목적은 물론 앞으로 독립전쟁을 염두에 두고 군사적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이었다.

“한영호 씨는 미국이 개전할 때 노스웨스턴대학 학생으로 종군해 미국 육군 제28연대에 들어가 지금까지 많은 경력을 얻었는데…(중략)…미국 육군 제58연대에 종군했던 한인 한 분은…(중략)…또 한 분은 현재 파리에 있는데 연합군의 일원으로서 한국의 독립을 위하여…(하략)….”(신한민보 1919년1월2일)

“상무정신이 있는 열혈남자 임공선ㆍ김진성ㆍ이도신 3명은 이미 합중국 육군 자원병대에 들어가 금월 16일에 샌프란시스코 병영으로 출발되리라는데…(중략)…이상 3씨가 품은 주의를 듣건대 장차 대한독립군의 자격을 예비해 기회를 지어 장차 시베리아 만주 뜰에서 왜적과 싸워 우리 강산에서 왜적을 몰아낼 결심이라더라.”(신한민보 1919년7월17일)

이처럼 당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한인들의 정신은 러시아군으로 참전했던 한인들이 불렀던 ‘구주전장 한인군가’라는 제목의 군가에서도 엿보인다. “…(전략)…이 싸움에 싸움법을 못 배우면 이담에 우리 싸움 어이 하리. 일심으로 배워두세 싸움법을…(하략)….”(신한민보 1917년9월13일)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또는 그 직후 미군에 들어갔던 한인 청년들은 다수가 파일럿이 되거나 항공 관련 병과를 택했다.

전쟁 중이던 1918년 자원입대한 이성창은 비행기 복역병이 됐다(신한민보 1918년6월13일). 1919년 7월에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San Diego)에 있는 육군비행학교에서 최자남과 박낙선이 함께 훈련을 받고 있었다(신한민보 1919년7월19일). 노정민은 펜실베이니아 주 에싱턴(Essington)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해군비행사가 됐다(신한민보 1919년10월14일). 우병옥은 정비사가 됐다.(신한민보 1920년6월22일)

이렇게 미군에 들어가 파일럿이 되거나 항공 관련 병과를 택했던 한인 청년들의 목적 역시 독립전쟁을 염두에 둔 군사적 노하우를 얻는 것이었다.

신한민보 1919년 5월 29일 자는 “본항에 거류하는 우리 청년 최자남 씨는…(중략)…조상 나라 부모국이 부르는 그의 책임을 자각하고 비행술을 연구하고자 주선한 결과 미국 육군부 비행대에 입학하게 되어”라며 최자남의 입대 동기를 분명히 전하고 있다.　

최자남은 이후 샌디에이고 육군비행학교에서 보낸 편지에서 “비행연습생들은 매일 수백 척씩 비행하는데 비행 소리에 정신이 현황하다. 흔히 장쾌한 감상이 많으나 비행자 중에 부상이 있을 때는 두려움도 없지 아니하되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비행기에 올라 태평양에 높이 떠 쥐 같은 왜왕의 머리를 부술 예상을 느낄 때에는 대한공화국 만만세 소리가 절로 나온다.…(중략)…누구든지 상당한 학식과 건장한 체격을 갖춘 이는 많이 비행생활을 시험하기를 권한다”고 함으로써 독립전쟁을 위해 한인 청년들이 조종사가 될 것을 권했다.(신한민보 1919년7월19일)

노정민 역시 에싱턴 비행학교에서 신한민보에 보낸 편지를 통해 “천강지손 반도민족은 국가의 치욕을 씻고 민국의 국민 된 자격과 직책을 하려면 비행술을 연구치 아니하고는 조국을 빛내며 후일에 공중전쟁을 시험하며 세계열강과 더불어 문명을 서로 다툴 수 없다 하나이다”며 한인청년들의 지원을 촉구했다.(신한민보 1919년10월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