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설음과 항일 정신을 담아 만든 ‘춘사 나운규’의 흑백 무성영화 ‘아리랑’을 토대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그림책이 출간됐다.

‘인물로 읽는 우리 역사’의 작가 박윤규 씨가 글을 쓰고, 한국의 대표 그림 작가 인 한병호 씨가 그린 이 그림책은 ‘푸른숲주니어’의 우리 문화 속에 숨은 가지가지 이야기를 담은 ‘우리 얼 그림책’ 시리즈 첫 작품이다.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노래 <아리랑>은 아기에겐 자장가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전하는 노래요,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사모곡이며, 잔치판에서는 흥을 돋우는 노래이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희망의 노래인 우리 민족의 얼굴이며 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리랑은 또 분단된 남북을 잇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화합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슬퍼도 아리랑! 기뻐도 아리랑!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하나 되게 하는 힘, <아리랑>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책은 이야기와 정보가 어우러져 있다.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을 각색하여 아리랑의 의미와 가치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또 교과서에 나오는 우리나라 대표 아리랑(정선, 진도, 경기 밀양아리랑)에 대한 정보와 그 속에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를 CD에 담았다.

그림 작가 한병호는 무성영화 <아리랑>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동안 즐겨 사용해 온 동양화가 아닌 석판화로 그림을 표현했다. 1920년대 흑백 무성영화의 분위기는 그대로 살리면서 중요한 인물이나 장면에 컬러를 입혀 현대적이고 세련된 아리랑을 보여주고 있다.

책 속에 동봉된 CD에는 연극배우들이 녹음한 <아리랑> 구연동화와 교과서 속 <아리랑>이 들어 있다. 또 연극놀이 지도안과 대본이 함께 들어 있어 직접 연극을 해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작품 속 주인공인 ‘영진’은 독립운동으로 고문을 받아 정신이 나가고 천덕꾸러기가 되어 <아리랑>을 부르며 돌아다닌다. 일본 앞잡이 ‘기호’가 영진의 동생을 껴안으려 하자 정신이 든 영진이 기호에게 몽둥이를 휘둘러 죽이고 일본 경찰에게 잡혀간다. 잡혀가면서도 영진이는 <아리랑>을 부르며 당당히 떠나간다.

작품 속 영진이 부르는 <아리랑>은 슬픔의 노래가 아닌 다시 일어서려는 민족의 다짐이자 포기하지 않은 의지이자 미래를 향한 희망의 외침인 것이다. 이처럼 이 그림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슬픔 많은 과거의 <아리랑>과 ‘기쁨’과 ‘희망’으로 부르는 오늘의 <아리랑>의 모습이 모두 담겨져 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우리민족의 기쁨과 슬픔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아리랑> 속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노래를 넘어 문화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즐겁게 부르게 될 것”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은 “이 책이 어린이들에게 ‘노래’를 넘어선 ‘문화’로서 자리한 <아리랑>의 참모습을 전해 주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