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 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지난 22일 미주총연 회장 자격을 두고 미 버지니아 주 패어팩스 카운티(Fairfax County) 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유진철 씨가 승소했다. 법원이 유진철 씨를 제24대 미주총연 회장으로 임명(?)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재판이 그동안 불거진 모든 문제점을 잠재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김재권 씨 측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한 항소의 뜻을 밝히고 있다. 유진철 씨 측은 이번 재판과 관련해 항소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김재권 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인탁 변호사는 항소권은 국민의 기본 권리에 속한다며 유씨 측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사실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항소를 하는 것은 김재권 씨의 권리이며 항소를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는 버지니아 주 고등법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 선거에서 김재권 씨를 지지한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또 다른 형태의 미주총연 결성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뽑은 회장을 법원이 뒤집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뿐만 아니라 미주총연에 주리를 틀고 그동안 온갖 부정을 자행해온 핵심 인사들이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부정을 주장하며 회칙도 무시한 채 법정에서 회원들의 선택을 뒤집는 모습을 지켜보며 미주총연이라는 단체에서는 더 이상 희망을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집을 개보수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새집을 짓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용하다는 것이다. 미주총연의 역할을 대신할 새로운 단체를 발족시키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 메일을 이미 미주지역 한인사회 회원들에게 발송한 상태이니 새로운 미주총연이 수면위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때문에 패어팩스 법원의 판결로 일단락 된 듯싶었던 미주총연 사태는 이제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항소 그리고 새로운 명칭의 미주총연 태동이라는 험난한 파도를 마주할 유진철호가 순항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미주총연 사태는 끝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하튼 ‘도둑맞았던 물건을 되찾은 기분’이라는 것이 유진철 씨의 재판 소감이다. 그의 심정이 십분 이해는 간다. 회원들이 선출한 회장을 제치고 법원이 자신의 손을 들어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꼭 기뻐해야할 일만은 아닐 듯싶다. 유진철 씨 자신이 미주총연 선거 사상 최초로 법원에 의해 임명(?)된 회장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사실 법원의 판결보다 중요한 것은 미주총연 회원들의 생각이다. 미주총연이라는 단체는 자생단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애틀랜타에서 발행되는 모 언론은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진실이 이겼다.’고 표현하고 있다. 법원이 손을 들어주면 그 자체가 진실이라는 주장인 듯싶은데 과연 그럴까 싶다. 한마디로 지나가던 개도 웃을 논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O. J. Simpson이 그의 부인을 살해했다는 것은 하늘도 땅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내린 평결은 무죄였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O.J. Simpson 재판의 경우에도 진실이 이긴 재판 결과가 되는 셈일까?
진실은 지난 10여년에 걸쳐 미주총연 선거가 시작부터가 부정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항시 법정 소송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 그동안 미주총연 회장 선거의 모습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미주총연 정관에서는 선거후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법정이 아닌 미주총연 내에 설치된 중재위원회에 제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죽하면, 만약 중재위원회가 아닌 법정으로 문제를 끌고 갈 경우 15년간 회원 자격을 박탈한다고 회칙(정관)에 규정하고 있을까 싶다.

그런데 오히려 중재위원이 이번 소송에 앞장을 서서 열을 올린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미주총연이라는 단체에서는 회칙은 대외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입증한 꼴 이 돼버렸다.
스스로 만든 회칙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단체가 미주 한인사회를 대표한다고 자처하고 있으니 안타깝다는 말이다.

사실 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닌 변호사의 능력이다. 때문에 이번 미주총연 재판의 결과는 진실이 아닌 유진철 씨가 고용한 변호사가 상대 변호사를 법정싸움에서 이긴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버지니아 패어팩스 카운티 법정에서는 유진철 씨가 승소했지만 항소 법원에서까지 승소를 이어갈 수 있을 지는 지켜볼 문제이다.

그럼에도 법원이 자신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사실 하나만 내세우며 기고만장하는 유진철 씨와 그 측근들의 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선거에서 양 후보에게 돈을 받은 회원은 미주총연을 떠나라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서슴없이 펼치는 유진철 씨의 측근까지 등장하는 판국이니 말이다.

‘내가 하면 스캔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일까?
무식해서 용감한 것인지 용감해서 무식할 수가 있는 것인지조차 헷갈리는 것이 오늘의 미주총연 싸움판의 생생한 모습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