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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본 카다피 대통령
애틀랜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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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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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9.14. 애틀랜타 중앙일보 <마음의 뜰> / 캐런 정 애틀랜타여성문학회 총무 ]


낯익은 대통령의 모습이 브라운 관에 자주 보인다. 벌써 30여년 전, 대통령도 젊고 나도 20대 시절에 만난 것이다.

나는 갓 대학을 나온 후 국립병원에서 2년간 근무하다가 바깥 세상에 대한 궁금증,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친구들과 시험 같은 인터뷰를 통과한 후 리비아로 떠난 것이다. 조금 외곽지 '타주라'라는 곳에 심장을 진단하는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곳은 수술 전 심장병을 정밀, 정확하게 검진하는 곳인데 영국에서 공부한 팔레스타인계 전문 의사가 맡았다. 카다피 대통령과 그의 가족을 돌보는 주치의 병원에서 3년 정도 간호사로 일하게 된 것이다. 건강진단을 위해 방문하던 대통령은 잘 생기고 패기가 넘쳤으며 친절했다. 특히 한국에서 온 간호사라 우호적으로 대했다. 경호에도 야단스럽지 않은 대통령이었고, 우리나라 삼성 대우 등 건설회사가 이미 터잡고 있던 터라 한국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만난 대통령을 지금 TV에서 보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해 본다.

아랍사람들은 순박하고 통일된 언어를 썼고, 유난히 형제애가 두터워 만나면 뺨에 키스를 하며 반기고 금방 친구가 되는 듯했다. 극소수의 앞선 사람들만 영국이나 유럽 등지로 나가 공부를 하는 폐쇄정책을 펼친 나라다. 그 당시엔 여자들은 전통 의상인 히잡( hijab )으로 눈만 내놓고 얼굴을 가리고 다녀 결코 자태를 드러내지 않았다. 남녀관계가 철저히 통제됐다. 남자들은 하릴없이 거리에서 에스프레소의 진한 커피나 마시며 지내는 이가 많았고, 한가로운 바닥에 카펫을 깔고 가게 앞에서 노인들이 모여 담소하곤 하는 일명 노천 카페가 유행했다. 경제와 문화가 발달되지 않던 때였다.

우리 팀이 배당 받은 숙소는 지중해가 펼쳐진 바닷가 근처 방갈로 스타일의 근사한 곳이라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가끔 밤하늘을 보며 사하라 사막에서 본 쏟아져내릴 것 같은 맑고 영롱한 별빛을 잊지 못한다. 눈부신 별들이 가깝게 각자의 찬란한 빛을 발하며, 대추 나무와 어우러져 수놓던 신비에 매료되어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펴던 곳이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백마탄 멋진 기사가 사막을 가로질러 달려올 것 같은 환상,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는 대상들의 동서양 문물이 교차되는 실크로드의 이야기 등 뇌리에서 많은 생각을 만들어 내던 때였다.

요즘 대통령의 근황을 보면서 안타깝고 많은 정치인들은 왜 그렇게 해야만 하나 답답하다. 미국의 존경스런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이 생각난다.

"하나님 아래 세워진 이 나라는 자유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자치, 국민복지,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말하는 것이니 한마디로 전형적인 민주정치가 아닌가. 이 얼마나 위대한 대통령이었나 짐작이 간다. 200년이 지났어도 역시 위대한 분으로 추앙되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아랍인들은 자유를 위해 긴 세월 지난 후, 더 이상 대통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문명세계로 향한 민주화 경제개발을 위해 발돋움을 하며 몸부림친다. 결국 도망자 신세가 된 카다피 대통령은 42년간의 철권통치를 마무리하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 더 이상 자국민을 희생시켜서는 안될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 당시에 만난 젊은 대통령의 멋진 모습은 어디로 가고, 세월(?) 탓인지 현재의 모습에선 찾을 수가 없다. 정치의 권력이 무엇이길래 이러한 처절한 말로를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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