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시민이 권력을 이겼습니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씨의 당선 소감이다.
사람 중심의 서울을 만들고 시민이 시장 노릇을 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박원순 씨가 밝히는 시정 운영 계획이다. 바람직한 운영 계획이라는 생각이지만 지켜볼 일이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살기 좋은 사회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해답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민운동가가 아닌 정치인으로 입문한 박원순 시장이 아닌가.
야합과 모사가 판치는 한국의 정치판에서 얼마나 소신을 지켜나가며 시정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여하튼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광풍은 지나가자 여기저기서 향후 정치판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언론들은 일제히 정치판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안철수, 박원순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제3당의 출현까지 점치고 있다.
정치를 생물이라고 하니 정치판의 미래를 예측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 구도에서 별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우선 야권의 기존 정당들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두고 연합군 구성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정당 간 이념과 이해득실의 차이로 합당은 용이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거기에 제 3당까지 출현한다면...
더구나 국회의원들의 경우 관심사항은 정권교체보다 자신의 금배지를 유지하는 문제이다. 이미 확보한 기득권을 포기하고 신당에 참여한다는 문제는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닐 테니 말이다.

또 서울시장 자리에 대한 수성에 실패한 한나라당의 모습을 살펴보자.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또 마누라와 자식만 남겨주고는 모두 바꾸는 대변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 되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그럴듯한 주장이다. 하지만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될 수 없는 것은 뻔한 이치다. 대표만 바꾼다고 달라지는 것이 무엇일까 싶다.

또 한나라당을 전면 개조하자는 주장도 그렇다. 사실 이번 투표 결과를 보면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등골이 오싹할만한 사건이다.
강남, 서초, 송파,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패했다. 심지어 나 후보의 지역구인 중구에서 조차 박원순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가 초래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양천구청장의 선거 결과를 보면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시장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나 후보에게 앞섰지만 구청장은 구민들이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호남 두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한나라당 차지가 되었다. 연합군과의 대전에서는 패했지만 지역 전투에까지 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홍준표 대표가 이번 선거 결과가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아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을 허물고 세집을 짓자고 나서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이 먹혀들 리가 만무하다. 어떻게 잡은 당권인데 말이다.

결국 한나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변혁 주장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공산이 크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민심은 조석변이니 차기선거에서는 국민들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이라면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차기정권 재창출은 포기해야 할 듯싶다. 하는 짓들이 온통 자살골을 넣는 일 뿐이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이는 사람은 이 대통령이라는 생각이다. 본인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문제는 과연 국민들의 생각도 그럴까하는 점이다.

여하튼 측근들의 비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인 듯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내곡동 사저 문제로 자살골을 제대로 넣고 있다. 4전년 봉하마을을 아방궁이라고 떠들어 대던 사람들이 아닌가.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MB정권의 문제점은 도덕성이라는 사실을 그토록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하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면서 투표 독려 행위는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선관위 관계자들의 모습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다. 시계 바늘이 거꾸로 돌리려는 MB 정권의 모습이 안쓰럽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