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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중국 강서 호남 호북성 기행-삼국지의 지혜와 역사의 장강 유역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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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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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학교 교수 ]

   
▲ 이수경 교수

지난 2월 16일 새벽 6시경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필자는 한국 산문회가 기획한 중국 호남성 등의 중원의 땅 여행을 위해 모인 일행들과 첫 대면을 했다. 필자에겐 여섯 번째의 중국 방문이었지만 처음으로 단체여행이란 것을, 혼자서 참가하는 경험을 갖게 된 것이다.

북경 근처나 동북 지역이 아닌 강서성과 호남성, 호북성을 다니며 삼국지의 유적지와 선인들이 남기고 간 그들의 지혜를 되새겨 보려는 게 이번 여행의 참가의도였다. 물론 대학 때 동양사를 전공했기에 이 지역에 흥미도 있었지만, 영화 [적벽대전,Red Cliff]을 인상 깊게 본 것과, 연말연시에 삼국지를 읽고 난 그날, 한국의 지인이 타이밍 좋게 [적벽]의 중원여행 안내를 보냈기에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없는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신청을 했고, 쌓인 업무와 집필 중의 책을 접어놓고 서울로 출발을 한 것이다.

수속 절차 등은 늘 필자의 힘든 시간을 안타까워하며 걱정해주는 막내 동생 부부가 전부 챙겨줬기에, 그들의 따스한 배려를 받으며 중국 여정을 무사히, 유익하게 보낼 수 있었다. 비록 기력이 부족하여 하루는 호남성 성도인 창사의 넓은 호텔방에서 비오는 차창을 보며 과로로 앓아야했지만, 여정은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 익히 알려진 작가, 평론가, 시인 등의 문인을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 법률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였기에 33명의 기행단이 함께한 여정은 해박한 지식의 공간이 되었고, 다재다능한 참가자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실컷 웃으며 충만한 일정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말에 ‘36계 줄행랑’이란 말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 저질러 놓고 상황 봐서 튄다는 소리다. 조조군이 쳐들어오자 대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 판단을 내린 제갈량(공명)의 계략대로 유비군이 도망을 쳤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아니, 좀 더 다른 예를 들자면 적을 속이기 위해 아름다운 여인을 이용하여 정보를 얻거나 상대의 전략을 흐리게 하는 ‘미인계’ 전이라면 쉽게 다가올까? 이러한 책략 등으로 당대를 이끌었던 처세술의 대표적인 책사로 꼽히는 제갈량의 지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높이 평가받고 있다.

   
▲ 삼국지 적벽 전장 입구


천하 통일의 꿈을 위해 난세를 헤치며 승패를 걸고 온갖 속임수와 야심에 찬 전법 전략이 동원되던 중국 삼국시대(위, 촉, 오나라)전투와 영웅호걸들, 절세 미녀라 불린 숱한 인물들을 통해 전쟁사를 그려놓은 진나라 진수 편찬의 정사 ‘삼국지’ 속에는 중원의 땅을 피바다로 만든 대량 살육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책략과 권모술수와 상대의 생각을 앞서가는 선견지명 또한 많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위나라의 순욱, 순유, 가후, 곽가, 사마의나 적벽대전에서 더 알려진 오나라의 주유, 노숙, 육손 그리고 촉한을 이끈 제갈량이나 마속, 법정, 방통을 비롯한 숱한 책사들의 능력 또한 현대사회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실제와 다른 허구설도, 허풍스런 전개도 없지 않지만 100년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삶이 지쳤을 때 용기를 주는 많은 지혜와 좋은 말들이 들어있는 명저임에는 틀림이 없다.

   
▲ 적벽의 주유 진영

삼국지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형주에서 수경 선생이 유비에게 봉추 방통이나 와룡 제갈공명의 둘 중에 하나만 얻어도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권유를 받고, 나름 자신의 입지를 자각한 유비 현덕이 비바람의 300리 길을 달려 27세의 젊은 제갈량에게 과감히 책사를 세 번이나 부탁하러 간 삼고초려는 유비의 겸허한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예이다. 그의 겸손한 인재 확보에의 용단 또한, 학연이나 지연, 혈연 등의 강한 작용 땜에 인생 좌절에서 재기의 기회를 얻었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들에 비춰볼 때 우리 사회에 시사 하는바가 크다. 물론 그런 주군을 판단하여 선택하던 책사들의 명석한 판단력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유년 시절 그런 삼국지를 읽고 의리와 신념을 중요한 가치관으로 여겨온 필자는 작년 3.11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많은 사람들 덕분에 지탱할 수 있었기에 그들에게 감사하며 삶의 지혜를 다시 생각해 보려고 삼국지에 빠져 연말연시를 보냈다. 자신의 이익이 걸리면 간단히 타인을 이용하거나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이기적인 중상모략이 물질만능주의 사회성향과 더불어 만연하는 현대 사회에 ‘인간의 참된 도리’를 다시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특히, 어떤 이간질이나 유혹과 시험을 당해도 흔들림 없이 자신들의 약속을 관철시키고 보은하는 것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의지력을 보인 유비와 관우, 장비의 믿음은 자신들에 대한 자존감이나 신념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적벽의 절벽

‘도원의 결의’로 시종일관 권모술수를 이기고 지켜진 그들의 약속 이행은 남의 말에 현혹되기 쉬운 무책임한 사람이 늘어나고, 내실보다 겉치레를 중시하는 요령주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 진솔함과 믿음을 생각하게 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런 강한 신념과 자존감이 구한말의 조정에 강하게 작용했었다면 우리의 근대사도 많이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설을 생각한들 허무할 수밖에 없는 근대사를 미련스럽게 생각하면서 학교 업무를 일단 뒤로 미룬 뒤, 하네다로 출발했다. 김포 입국 후, 서울에 출장 중인 중국의 지인 교수와 신문사 친구와 함께 매운 아귀찜과 한방차 등으로 고향의 맛을 만끽한 뒤, 새벽의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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