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7년간 복역했던 재일동포 김원중(일본 지바(千葉)상과대 상경학부 교수, 61) 씨가 3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기정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김씨가 ‘1976년 국가보안법위반 등으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 받은 것이 부당하다’며 낸 재심재판(2011재노73)에서 과거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975년 당시 중앙정보부에 장기간 불법 구금돼 ‘잠 안 재우기’ 등 고문, 폭행 및 가혹행위 속에서 자백하거나 진술한 것은 임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에 송치된 후에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된 상황에서 진술했다는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김 씨가 탐지·수집했다고 적시된 국가기밀의 내용은 △재외국민교육연구소의 재일교포 유학생 인원 △청주의 도시형성 △6·25 동란으로 파괴된 북문의 복구상태 등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로 간첩죄에서 말하는 국가기밀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김씨가 '꽃 파는 처녀'라는 북한 영화 연극 등을 관람하고, 통일혁명당 목소리 방송을 청취한 사실이 인정되나, 위와 같은 연극 관람 및 방송 청취 행위만으로는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거나, 반국가단체에 이롭게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 붙였다.
재판부는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서도 “김 씨의 조사과정에서 영장 없이 불법구금 된 상태에서의 가혹행위로 인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검사 앞에서는 자백을 강요당한 바 없다 해도 다른 수사기관에서 고문을 받은 심리상태가 계속됐기 때문에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또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김 씨는 1970년 호세이(法政)대 경제학부에 진학해 1학년 때 ‘한국민족자주통일청년동맹’ 간부에게 포섭됐다. 이곳에서 김 씨는 사상교양과 지령을 받고 1975년 서울대 경제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뒤 학생시위 모습 등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고 일본에 돌아가 해당 간부에게 보고한 혐의로 기소돼 1976년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및 자격정지 7년으로 감형되긴 했지만 이후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김 씨는 1982년에 만기 출소했다.
이후 김 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밝힌 “재판 당시 증거는 중앙정보부의 가혹행위 등에 따른 허위 자백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4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었다.
최종편집 : 2024.4.26 금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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