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호 / 영산대 일어학과 교수 ]


유럽의 신용 불안 확대를 막기 위한 IMF의 융자기반 강화를 둘러싸고 G20의 재무상·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일본이 6백억 달러를 넘는 자금을 내놓기로 약속했다. 유럽국가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융자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비판적인 견해가 많은 가운데, 일본은 유로권 이외의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IMF에 대해 대규모 추가 융자 의사를 밝혔고 G20 논의 과정에서도 다른 국가에 대해 융자 협력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MF의 라가드(Christine Lagarde) 전무이사는 G20 회의 후에 일본의 주도적 협력에 대해 감사한다고 하며 높이 평가했다. 일본정부는 지난 2008년의 리먼 쇼크 이후의 세계적인 금융 위기 때에도 다른 나라에 앞서 IMF에 1천억 달러의 융자를 실시한 일이 있다.

4월 20일 오후 (한국시간 21일 새벽)에 폐막된 G20 회의는 공동성명을 통해 총 4천3백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모으기로 하는 의견을 발표했다. 유로존 국가들이 2천억 달러를 융자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개별 국가로는 일본에 이어 한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각각 150억 달러의 큰 자금을 내놓기로 했다. 그리고 호주가 70억 달러, 싱가포르가 4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금액은 오는 6월 멕시코에서 열릴 G20 정상화의 이전에 확정될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하여 IMF가 애초에 내세웠던 5천억 달러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수정된 목표안 4천억 달러를 훨씬 넘기게 되었다. IMF의 대출 충당 자금 규모도 현재(3,800억 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과 캐나다 등과 같이 자금 확대를 통한 지원에 소극적인 국가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국제금융 위기의 봉쇄를 위하여 유로권 국가들에 의한 금융안전망 확충의 노력에 대해 국제적인 협조가 이루어진 것이다.

▲ IMF 본부에서 열린 G20 회의

이번에 일본이 다른 국가에 비해 신속히 그리고 대규모로 서둘러 융자를 내놓기로 한 것은 유럽의 안정이야말로 일본경제의 안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만약 유럽경제가 혼란에 빠지면 비교적 안전한 자금으로 평가되는 엔화에 대해 외환과 주식시장을 통하여 매도가 이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급격한 엔고로 인하여 자동차나 전자기기 등 일본의 수출 기업을 비롯하여 일본경제 전체가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이 다른 국가들에 앞서서 주도권을 발휘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점차 IMF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 의사도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을 비롯하여 BRICs 국가들도 이번에 IMF 자금 제공 방침에는 적극적으로 동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자금 제공의 조건으로 IMF에서의 신흥국 지위 향상을 노리고 있어 6월에 열릴 G20 정상회의 때에 가서야 자금 규모를 분명하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들은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융자보다는 IMF 지분과 직접 관련이 있는 출자 규모에 훨씬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반면에 현재 IMF 제2위 출자국 지위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으면서 조만간 중국에게 이 자리를 이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금융 세력판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하는 일본의 안간힘이 이번 융자 확대 움직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