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 (미국)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중국의 역사는 국가적 위대함을 보여 주는 역사 가운데 하나이다. ‘광대한 영토와 인구’의 중국은 선사시대 이래로 그 자체로 특별한 하나의 권역으로 구별 되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철학, 문화, 예술, 기술적 발명 그리고 정치권력 등 모든 영역에서 이 문명은 고도의 선진성을 보여주었다. 중국인은 17세기까지 농업생산성, 산업혁명 그리고 생활수준 등의 측면에서 세계를 선도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유럽문명이나 이슬람문명은 여러 국가를 포함했지만 중국은 오랜 역사를 통해 단일 국가로 내려왔다. 미국 독립선언 당시 이미 2억 이상의 인구와 첨단의 제조기술을 지닌 국가였다. 우리가 싫든 좋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美-中-日의 역학관계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이 그 위대함에서 몰락한 지난 150년간의 수치는 중국의 역사적인 우수성에 대한 신성모독이고 전 세계 한족들에게 모욕이다. 중국의 민족주의자들은 “이것은 지워져야만 하는 역사이며 가해자는 응징을 받아 마땅하다”고 웅변하고 있다.
이 가해자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영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미국이다. 영국은 아편전쟁을 일으켜 중국의 품위를 수치스러울 정도로 떨어뜨렸고, 일본은 약탈 전쟁을 일으켜 중국인민들에게 극심한 피해와 고통을 안겨 주었다. 스탈린의 오만이 중국인들의 자존심에 무감각했기 때문에 중·소 영토분쟁이 중국을 괴롭혔다. 미국은 아시아에 들어와서 일본을 지원하고 중국의 ‘영역’을 잠식했다. 이 네 열강 중에 영국과 러시아는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홍콩에서 내려진 유니언 잭은 고통스런 역사의 한 장에 종언을 고했다. 러시아는 주변에 인접해 있지만 지위와 위세 그리고 영토의 측면에서 바닥까지 위축되었다. 남은 것은 일본과 미국이다. 이 두 국가의 상호 작용 속에서 중국의 세계적인 역할과 지위가 규정 될 것이다.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미국이 극동 지역에 닻을 내리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도서국가인 일본과의 관계는 미국의 정책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일본을 잔뜩 긴장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상 아시아에 있지만 일본은 아시아가 아니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을 이기적 국가로 바라볼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서양 추종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보호와 국제적 후원에 의존하는 실정이 그렇게 일본을 규정하고 말았다.
그러나 일본이 그것으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하려고 한다. 최근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은 우파든 좌파든 간에 ‘정상국가’를 강조하지 않는 자가 없다. 중국이 강해질수록 일본은 미국으로부터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동시에 미국과의 결합을 더욱 밀착시킬 기회를 맞는다.

중국은 성장하고 있으며 아시아의 잠재적 지배국가이다. 그래서 미국의 안보적 역할은 갈수록 일본과의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틈을 타서 일본은 더욱 뚜렷하고 자율적인 정치적 역할을 모색하려고 든다. 미국과의 결합력으로 가장 인근 국가인 한국을 복종시키고 복속시키려 할 것이다. 경기불황과 최근의 천재지변으로 한껏 위축된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은 대(對)북한 ‘안보’라는 아젠다를 앞세워서 한국을 향하여 목소리를 높일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미국과의 관계에서다

한국⋅한인의 대일(對日) 전략

격화되는 민족주의, 늘어나는 인구, 성장하는 경제 그리고 폭발적인 기대심리가 아시아권을 뒤흔들고 있다. 극동지역의 힘의 균형을 위하여 아시아에 더욱 매진해야(돈을 퍼부어야) 할 미국은 불행하게도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인하여 사상 최악의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 특별히 아시아에 증액할 돈이 더 이상 없다. 미국에 발을 맞추도록 국제사회를 압박하는 방법이외엔 다른 길이 없다.

미국은 유엔을 강화해서 대중전선에 임하려고 함이 분명하다. 사실상 유엔(국제사회)은 안보리상임이사국이 주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다. 이전까지는 미·영·프가 한 통속이었고 러시아와 중국이 한편이었다. 미국의 활동에 별 불편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프랑스가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기에 유엔을 미국의 뜻대로 작동하도록 궁리한 것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방안이다. 독일과 일본 그리고 브라질을 추가하려는 것이다. G2에서 미국의 경쟁력은 일본과의 결합이다. 큰 틀에서 미국외교의 방향이 그럴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속도가 그것을 입증한다. 미국과 일본의 밀착에 쐐기를 박느라고 러시아의 새 대통령인 푸틴은 아예 G8엔 불참하고 중국을 찾았다.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에서 한국과 일본이 같은 편이다. 한국과 일본 간의 분쟁은 미국 전략에 큰 차질을 가져온다. 그래서 일본과의 어떠한 문제도 우선 우리는 미국과의 합창이 우선이다. 둘이서 싸우고 하나가 말리는 셋의 상황은 우리에게 지는 싸움이다. 둘의 목소리로 하나의 문제를 지적해야 우리가 이긴다. 그래서 필자는 일본문제 관련해선 철저하게 미국을 앞장세우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 주장한다. 일본과 싸우다가 미국에 일러바쳐서는 그것은 이미 진 싸움이다. 미국의 손으로 일본의 뺨을 치자는 이야기가 바로 이렇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전략

일본의 자민당에서는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펠팍) 시의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하면 전국의 한인들이 일본을 향해서 화를 내면서 싸우자고 할 것을 계산했다. 펠팍 시장에게 거액이라도 줄 테니까 기림비를 철거하라고 하면 한국정부가 달려와서 돈이라도 낼지 모른다고 계산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국의 한인사회에서 일본규탄의 목소리가 터지고 있다. 한인사회는 미국을 향해 기림비를 지켜줄 것을 요청하지 않고 곧바로 일본을 향한다. 한국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기림비를 찾은 한국의 국회의원에게 어느 한인동포가 “일본정부가 돈을 내겠다고 했는데 한국정부는 얼마를 내겠는가?”라고 따졌다. 위험천만의 일이다. 다른 나라 정부의 돈이 정치적인 이유로 미국의 시민사회에 들어오면 그것은 불법이다. 일본의 우파 정치인들이 다녀가고서 위험천만의 일이 생겼다. 정말로 진지하고 냉정한 지도력이 긴요하다.

미국 연방의회의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은 일본의 안보리상임이사국 가입을 10년 이상은 지연 시켰다. 일본이 과거사 정리 없이 국제사회 지도국이 된다는 것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이 팽창하면 한민족에겐 반드시 고통이 따랐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21세기 초엽에 미국의 한인들이 우리 민족의 입지를 지켜내고 민족의 역량을 살려내는 셈이다.

미국서 일본과의 문제는 지극히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임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은밀하게 집요하고 길게 치밀한 일본 특유의 전략을 이기려면 신중하고 냉정해야 한다. 동포사회에 그것을 부탁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