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남 / 재미 시사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

▲ 박영남 편집위원

지난 6월 29일은 당초 한국과 일본 두 정부가 군사비밀정보를 교환하며 관리하는 방식에 관한 협정서에 서명하는 날이었으나 협정 서명 1시간 전에 한국 측의 요청으로 불발이 되고 말았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설명할 때 물 건너편 가까운 나라라 해서 일의대수(一衣帶水)라 표현한다. 한일 두 나라는 지금까지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살을 부대끼며 지내는 왔지만 일본에 대한 솔직한 감정은 부정적이다. 일본이 일으킨 숱한 왜란들과 근세의 한일강제병합과 최근의 종군위안부, 독도 문제나 역사 왜곡 등이 생각난다. 그래서 일본이란 말만 들어도 절로 경계심이 발동한다.

MB 정부는 그런 일본과 군사비밀정보를 교환 하는 실무교섭을 진행 했으며 또 은근 슬쩍 협정 서명까지 서두르다가 들통이 난 셈이다. 우리에게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일본은 과거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동북아는 물론 동남아 일대로 영토 확장에 혈안이 됐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진주만 기습도 서슴없이 해댄 나라다. 혹자 이는 과거지사라 하겠지만 종전 60년 후 작금의 일본은 항복 당시 수용했던 평화헌법(제9조)을 고쳐 쓰자는 선거 공약은 물론 심지어 유신복귀까지 운운하고 있다. 과거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 패전한 일본은 패전한 독일과 달리 주변국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나라다. 그들의 끝없는 야욕은 늘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위협해 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승전국인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일본의 (평화)헌법 제9조는 일본의 “군사력 보유 금지와 교전권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일본은 종전 후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으로 세계 유수의 자위대를 보유하고 있음은 물론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40톤(핵폭탄 1,000개 분량)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그런 일본에게 우리의 군사기밀을 넘기는 것은 북한이라는 이리를 피하다 일본이라는 호랑이를 만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어리석음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은 다음의 이유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협정 내용에 대한 투명성으로 국민적 합의를 얻는 일.
2. 국가 안보상 얻을 수 있는 국익을 위해 우리의 국가 정보 자산을 점검 하는 일.
3. 주변 국가들과의 안보환경 조성에 역점을 둔 전략적인 검토.
4. 강대국의 이익이 아닌 종국적인 한반도 통일에 주안점을 두는 일.
5. 북한 리스크(Risk) 관리 측면에서 소홀한 점은 없는지 검토하는 일.

협정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호전적인 북한의 일련의 핵 실험과 로켓 발사 실험들로 인한 안보문제인 바 현재 북한 정보에 관해서는 한국 측은 ‘인적정보 수집력’(Humint) 에서 우세한 반면 일본은 첩보위성과 해군의 감청 활동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미국은 보다 정교한 첩보위성에서 얻은 고급정보들을 선택적으로 한일 두 나라에 제공하고 있는 실정인데 여기에 한일 두 나라가 정보교환으로 서로의 부족한 정보를 보완한다면 보다 튼실한 자국 안보를 보장 받는 일이 될 것이지만 정보의 교환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물론 독자적 정보인프라(infra)구축에는 막대한 비용과 두뇌집단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인정은 하지만 일본과의 정보교환협정 체결에는 무리수를 피해야 함은 물론 절차와 투명성 제고를 통해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협약 서명에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깊이 내재하고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철저히 국익은 챙겨져야 한다. MB 정부는 종래 뼛속까지 친미라는 소리를 들어 왔는데 친미의 본질이 대다수 국민이 생각하는 국가이익과 일치 해야만 MB의 행보가 국민의 수권 집행자로 자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