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 (재미)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 김동석 상임이사

미국의 대북한정책은 때로는 포용정책, 때로는 강경정책으로 오르락내리락 한다. 북한의 태도나 반응에 따라서 바뀌는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 전략상 그렇게 변한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국은 북한의 예상 밖의 도발에 대해서도 포용적 자세를 취했다.

1998년 8월 북한은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 열도를 훌쩍 넘어 산리쿠 앞바다에 떨어졌다. 일본에서는 엄청난 긴장이 흘렀다. 그런데 사건 직후 클린턴 정부는 북한 포용정책을 발표했다.

정권이 바뀌고 2001년 1월 아들 부시 대통령이 등장했고 3개월 뒤인 4월엔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이 취임했다.
그해 9월에 미국에서 동시다발 테러사건이 터졌다. 그러자 미국은 이란, 이라크, 북한에 대해서 초강경책을 취했다. 동맹국에 대해서도 미국의 강경노선을 따르도록 요구했다.

대북한정책-미·일 엇박자

‘빅터 차’라는 한국계 미국인이 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백악관 안전보장회의 아시아부장을 지냈다. 그는 부시행정부 시절 한반도 문제를 주도했다.
빅터 차는 2002년 “부시 정권의 대북 강경정책의 전모”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시했다. 부시 대통령이 4번이나 정독을 했다는 논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란. 이라크. 북한을 한 통속으로 엮어야 한다. 미국의 부시정권은 한국. 일본 그 밖의 국가와 공동으로 평양을 봉쇄하여 김정일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화해에 응하지 말고 … <중략> … 일본도 한국도 의미 없는 정상회담은 그만두고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빅터 차’는 일본에게 의미 없는 정상회담을 그만두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수상은 2002년 9월17일 북한을 방문한다. 그리고 북한-일본 간 평양선언을 발표한다.
국교 정상화 교섭을 재개하고 경제협력을 실시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미국의 최대관심사인 핵개발 문제는 국제합의를 준수한다는 정도로 한 줄 달랑 넣었다.
미국은 핵 규제 진전이 없는 가운데에 일본이 북한과 국교 회복을 시작했다는 데에 격노했다. 도쿄 CIA국장은 고이즈미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자신이 까마득히 몰랐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일주일을 병원신세를 졌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2002년 10월의 일이다. 맨해튼 윌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35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 아들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다. 고이즈미와 부시 대통령의 우정은 그 전 해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날 고이즈미-부시 회담은 어쩐지 냉담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부시 대통령의 표정도 딱딱했다.
고이즈미는 아예 매도 빨리 맞겠다는 듯 인사말에서 자신의 북한 방문을 언급하면서 부시대통령의 이해를 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옆자리 파월 국무장관에게 시선을 보냈다.
국무장관이 대답하도록 눈짓으로 재촉했다. 파월 장관은 아주 단호한 어조로 “우리는 북한이 지금까지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정상에게 너무나 당돌한 자세다.

15분간의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회담장의 썰렁한 분위기는 그 후 고이즈미의 임기 내내 영향을 주었다. 역대 일본 총리 중에 고이즈미 만큼 대미추종의 자세를 선명하게 드러낸 사람도 없다고 한다.

일본의 이탈과 미국의 충격

2002년, 2004년 두 차례 방북을 시도해서 일본인 납치자를 귀국시켜 떨어진 인기를 단번에 만회했던 고이즈미 전 수상은 현 ‘신조 아베’ 총리의 외교모델이다.

지난주에 아베 일본 총리는 비밀 외교섭외 전문가인 ‘이지마’ 특별 보좌관을 평양에 보냈다.
그는 평양에 3박4일 머무는 동안 북한의 제2인자인 김영남을 만나 납치문제에 대한 의견교환, 전후보상과 국교정상화까지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대회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의 속셈은 7월21일로 예정된 일본 내 참의원선거를 겨냥한 모험이었다.

아베 총리에게 북한과의 대화(납치자 해결)는 7월21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자신의 인기를 높이는 가장 유효한 아젠다다.
그러나 미국의 시각은 다르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상원외교위원장일 때인 2010년 그는 “북한이 변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듯이 그는 북한을 놔두고 중국의 역할을 최대한 끌어 들이려고 연일 아시아 방문을 이벤트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독단적인 대북한 직접 외교는 미국에겐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력. 개입을 적극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 존 케리 국무장관의 방안이었다.
글렌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대표는 이러한 존 케리 국무장관의 입장을 설명하느라 “미국의 대북한 정책 중에 한 번도 안 써 본 정책이 중국의 카드”라고 했을 정도다. 이러한 가운데에 일본의 이탈은 미국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한국-미국’ 하나로 만들어야

한국의 새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전략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 오바마 대통령은 “충분히 공감하고 공조체제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특별히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협력구상’은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변화에 한국의 적극적인 협력과 공조라고…, 그것이 ‘서울프로세스’라고 오바마 대통령의 이해를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래서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
미국을 포함한 일본. 중국, 러시아를 서울로 끌어 들여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의 체제를 만들어 내는 데에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과감하게 선언한 것이다.

민주평통 뉴욕협의회에서 통일강연회를 개최한다고 동포들을 상대로 홍보에 열심이다.
강연회 개최도 중요하겠지만 우선은 자문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새 대통령의 글로벌 리더십의 내용과 통일정책을 잘 공부해서 미국시민사회에 새 대통령의 독특한 리더십이 잘 알려지도록 홍보대사의 역할을 감당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끼리의 주고받는 일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동시에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은 일본 이상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중시하고 발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려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미주지역 평통자문위원의 본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