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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임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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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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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건 / 전 서울경제신문 사장 ]

 

   
▲ 임종건 전 서울경제신문 사장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 때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이 국민당을 만들어 출마했습니다. 현대그룹이 대한민국 경제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있던 때여서 경제에서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는 그가 정치권력마저 쥐게 된다는 것에 여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선거에서 패배했습니다. 나도 정 회장의 대권 도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공감을 하면서도 단 하나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기업을 경영하면서 체득한 생생한 현장 경험에 의해 부패한 관리들은 확실하게 정리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해 선거에서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이 관료들에게 휘둘려 외환관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대한민국을 IMF 관리체제로 빠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 선거에서 정주영 회장이 승리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상념에 젖기도 했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가 대통령이 되어 관료사회에 손을 댔더라도 현대그룹이 돈을 버는 데 장애가 됐던 관리들이 우선적인 대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형태를 달리한 관경유착은 될지언정 국리민복을 위한 개혁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의 주범으로 관료주의가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해수부의 마피아라 해서 ‘해피아’라고 하더니 그런 현상이 관료사회에 쫙 깔렸다는 인식에서겠지만 ‘관피아’로 확대된 겁니다. 원래 그런 용어는 철밥통 관행이 가장 심한 부처로 꼽힌 과거 재무부(Ministry Of Finance:MOF)를 마피아에 빗댄 ‘모피아’에서 연유한 것입니다.

관료주의 주범론은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되풀이되는 레퍼토리입니다. 사고가 워낙 참혹해서겠지만 ‘해피아’가 유별났던 것처럼 비쳐지는 듯도 합니다.

지난 4월2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가안전처의 신설, 퇴직관료의 유관기관 취업금지 등 관피아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시 하나로 해결될 일이라면 관피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대통령에게 관료조직은 수족(手足)입니다. 그러니 관료조직을 개혁하는 일도 관료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렇잖아도 관료출신을 중용하는 인사정책을 펴왔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그들은 무엇이든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규제는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고, 존재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든 규제엔 공익의 요소가 얼마간은 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더 깊이 숨겨져 있는 것은 관료주의 철밥통입니다. 규제철폐가 자신들의 철밥통을 깨는 일이라면 그들은 공익에 반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사코 저항할 것입니다. 권력의 서슬이 살아 있을 때는 듣는 척하지만 서슬이 무디어졌다 싶으면 아예 안 듣기도 합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전에 규제를 암덩어리에 비유하면서 철폐를 선언했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안전이 국가적 이슈가 된 지금,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규제를 들이대야 할 형편입니다. 병도 주고, 약도 줘야 할 판이라 관료들은 눈코 뜰 새 없게 됐습니다.

관료집단은 정치인들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조직입니다. 국회가 법을 만든다지만 대부분은 관료들이 만들어준 법에다 국회의원들이 이름을 얹은 것입니다. 대통령은 임기 5년의 과객이지만 관료조직은 영원하다는 것도 그들은 압니다. 복지부동하면 중간은 간다는 것도 알기에 괜히 일을 벌여 책임질 일을 하지 않습니다.

무능으로 찍혀 한직으로 밀려나도 크게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정권이 바뀌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이전 정부에서 정치적으로 박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면 새 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영악한 관료집단을 어떻게 장악해서 관피아를 혁파할 수 있을까요. 5년 임기 대통령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여섯 번째입니다만 이전의 5명의 대통령은 임기의 절반을 지나면서 국정의 추진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 임기 1년 반도 안 된 박 대통령은 세월호로 인해 레임덕 현상이 더 당겨질 지도 모릅니다.

관피아와의 전쟁은 대통령 혼자 싸워서는 이기기 어려운 싸움입니다. 여야와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줘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야당은 대통령의 실패를 자신의 기회로 보는 데만 익숙해 있죠. 관피아가 자신들에게도 문제라는 인식이 빈약한 거죠.
이런 때일수록 대통령은 국가개조의 매뉴얼을 만든다는 자세로 하나라도 확실한 대책을 세우고 확고한 의지로 실행해야 합니다. 관료의 생각보다 민간의 소리가 많이 들어간 대책일 때 국민이 신뢰하겠지요.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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