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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미국을 추월하고 한국에 지게 되는 이유’
이성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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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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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낙 / 가천대 명예총장, 의사 평론가 ]

 

   
▲ 이성낙 가천대 명예총장

1968년경 서점에서 우연히 허만 칸(Herman Kahn)과 앤서니 J. 위너(Anthony J. Wiener)가 함께 쓴 《2000년(THE YEAR 2000), 1967》이란 제목의 책을 보았습니다. ‘다음 33년을 예상하는 프레임워크(A Framework for Speculation on the Next Thirty-Three Years)’라는 흥미로운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찬찬히 살펴보노라니 “산업혁명의 두 번째 파고(Second Wave of Industrial Revolution)”라는 도표에 이스라엘과 한국(South Korea), 대만, 태국, 말레시아. 싱가포르, 홍콩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를 산업국에 ‘편제’해 실었다는 사실 하나에 감동해서 책을 구입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며 ‘미래학’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고, 한국이 먼 훗날이긴 하지만 산업국 반열에 오를 거라는 사실에 감동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바로 그때는 다양한 일본 제품이 엄청난 기세로 독일 시장에 진출하던 때였습니다. 심지어는 카메라 산업 강국인 독일의 상점 진열대에 일본 카메라가 선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독일의 파리’라는 뒤셀도르프(Düsseldorf) 중심가에 나가면 명품 상가들이 즐비한 거리에 일본 상사 주재원 가족들이 ‘일본 勢’를 과시라도 하듯 몰려다니는 걸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파독 광부와 간호사가 독일 땅을 밟기 시작한 어두운 시절이라 왠지 위화감에 싸여 마음이 착잡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일본이 미국을 추월하고 한국에 지게 되는 이유’는 대만계 일본인 샤세키(謝世輝) 교수가 1985년 발간한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제목이 조금은 길고 지나치게 설명적이기까지 한 이 책에서 도카이대학(東海大學)의 미래학자 샤세키 교수가 주장한 내용을 읽으며 기분이 좋았습니다만, ‘과연 그럴까?’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일본이 특유의 집단 근면성 덕분에 세계 최첨단 산업국으로 발돋움하겠지만 20세기 말이 되면 한계에 부딪치는 반면, 한국은 새로운 컴퓨터 산업의 세기인 21세기에 일본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대로 믿기에는 너무 허황된 것 같아 반신반의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초보적인 워드프로세서 출현을 신기하게 여기고, PC가 상용화되지 않아 이메일(e-mail)에 대한 개념조차 희박했습니다. 샤세키 교수가 주장하는 컴퓨터 시대를 필자가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샤세키 교수는 “혹자는 한국인이 개인주의적 생각이 강하다고 부정적으로 폄하하지만, 컴퓨터 시대에는 그 개인주의가 바탕이 된 창의력이 큰 장점으로 떠올라 일본을 추월하는 요소로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당시의 필자에게는 동화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돌이켜보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국은 IT 산업 사회로 급속히 탈바꿈했습니다. 아마 누구도 이를 부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외국에 나가 인터넷을 이용해보면 국내 IT 시스템이 얼마나 잘 구축되어 있는지 절로 찬탄(讚嘆)하게 됩니다. 게다가 외국인들은 한국을 IT 산업국의 제1주자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합니다. IT와 무관한 직업군에 속한 필자의 지인들조차 말입니다. 유럽이나 미국 사회 저변에 한국의 새로운 위상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얼마 전 한국 관련 기사라면 인색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 문화 난에 K-Pop 기사가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2014. 4. 28). 무엇보다 해당 기사에 3쪽을 할애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기사는 K-Pop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다루는 한편 ‘Smartphone-Pop’이라는 제목 아래 지금까지 TV 기기와 모바일폰을 공급해온 한국이 이젠 음악 시장을 넘보기 위해 소매를 걷었다며 아시아에서 성공을 거둔 K-Pop 밴드 ‘소녀시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를 읽은 필자는 수출 품목으로서 문화예술 상품의 큰 걸음을 보는가 싶어 기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1950년대 말, 필자는 호남지역 나주 비료공장 건설(1962년 완공)에 참여하고 귀국한 독일인 기술자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기술자는 한국 제품을 수입하고 싶어도 그럴 만한 것이 없다면서 비료부대용 면직물(綿織物)을 들여오는 게 고작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생생하지만, <슈피겔>의 기자에게 독일 오페라계는 물론 세계 유수 오페라단이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얼마나 많은 한국 음악가들이 이미 활약하고 있는지 깨우쳐주고 싶은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의 허만 칸과 앤서니 J. 위너가 30여 년 후의 한국을 예측하고, 1985년의 샤세키가 15년 후 한국의 위상을 정확히 예측한 높은 식견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고서’가 된 위의 두 책을 다시 읽으면서 앞으로 30년, 아니 15년 후 우리나라의 모습을 생각해봅니다.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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