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ㅣ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연변·평양과기대 대외부총장

Ⅰ.

▲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오늘 8월 13일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원정대’가 드디어 평화 대장정의 길에 오른다.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원정대’는 독일 베를린에서 서울까지 유라시아 10개국, 1만 5천km를 100일간 ‘뉴라시아 로드(New-eurasia Road)’를 자전거로 직접 달리며 한반도 통일과 유라시아 평화, 협력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 대장정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들의 열망과 비전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회 각층으로부터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원정대의 유라시아 횡단을 계기로 교통, 물류, 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구상을 쏟아내면서 ‘유라시아 경제공동체’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대륙간 경제협력방안으로, 유라시아(Eurasia)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고 여기에 한반도를 연계시킴으로써 남북한 경제공동체 뿐만 아니라 장차 남북한 정치통합까지 이끌어 내는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 통일 구축 방안이다.

여기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성공 조건 가운데 하나가 남북한 교통인프라 연결이며, 이런 조건을 갖춘 한반도가 동북아의 핵심 물류기지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 하는 것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는 점은 모두가 강조하는 바이다. 이것은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인 EU와 대륙철도의 전 구간이 직접 철도로 연결될 경우, 한반도가 대륙철도의 물류 기·종점 국가로서 GATE & HUB 기능을 갖춘 물류허브로서의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러시아와 접경하고 있는 북한에서, 동북아 물류의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는 나선경제특구 즉, 중국 물류망(長吉圖-훈춘)과 러시아 물류망(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톡-하산)이 Y자형으로 만나는 나선경제특구에 한국이 어떠한 형태로든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여 남북한 경제통합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라고 본다.

Ⅱ.

현재 중국, 러시아는 대륙철도사업 및 광역교통물류망 건설에 괄목할 만한 투자를 유치하면서 안보협력과 경제협력을 복합적으로 강화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한반도는 남북분단 이후 대치상황을 고수하며 양측 모두 자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꼴이다. 민족의 일원으로서 너무나 답답한 현실이다. 더구나 한반도 남북경제협력의 불가분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북한과의 단절은, 어떤 나라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절대적 관계의 당사국인 북한을 멀리한 체 우리 자신을 스스로 섬과 같이 고립시킨 형국이다. 따라서 우리 한국에게 있어서 북한과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협력의 물꼬를 트는 일은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에서 지난 7월 24일 중국 연길, 훈춘에서 개최한「2014 백두포럼」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해 볼 수 있다. 특히 나진선봉지역에 한국 중소기업집단이 진출하는 기회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북한인력 활용을 통해 동북아 지역 산학협력의 신산업모델을 협의한 것은 물론, 나진선봉지역을 ‘제2개성공단(국제공단)’후보지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특기할만 하다.

이러한 구상을 실현시키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의 키는 단연 ‘인재양성’이다. 결국은 사람이다.

필자는 ‘2014 백두포럼’ 정책토론회에서도 주장한 바 있지만 맹자의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 즉, 하늘이 주는 운은 지리상의 이로움만 못하고, 지리상의 이로움은 사람들 사이의 조화를 이기지 못한다는 맹자의 주장을 ‘나진선봉지역’에 적용해 보고자 한다.

첫째, 20세기 후반 이후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서 중국의 부상과 함께 나타난 동아시아로의 '힘의 대이동' 현상의 핵심 지역이 바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이 되고 있는 점은 하늘이 주는 기회(天時)이다.

둘째, 특히 우리가 주목하는 나선지역은 중국 동북지역, 러시아 극동지역, 북한 북부지역이 연합하는 접경지역으로써 나진-하산 간 철도, 중국의 동해 진출의 길목인 나진항, 중국 창지투(長吉圖) 지역을 잇는 훈춘-나진 철도와 고속도로 건설까지 예정되어 있어 ‘동북아 물류 대동맥’을 이루는 중추지역으로 환동해 경제권의 중심무역항(GATE & HUB)이 될 만한 지리적 이점(地利)을 가지고 있다.

셋째, 이러한 천시(天時)를 기회로 지리(地利)의 이로움을 잘 이용하면서 인화(人和)를 활용한다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실현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북‧중, 북‧러 접경지역에 주거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사회와 고려인 집단을 연결하고, 여기에 각개 지역에 흩어져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북한 인력을 적정 수준으로 고용해서 경제 인력을 양성한다면, 동질의 민족성과 똑같은 문화와 언어를 가진 한민족공동체사회를 기초로 하여 장차 도래할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지역 자연경제권 구축에 가장 실적이고 핵심적인 매체역할을 감당하게 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이런 점에서 북‧중 경협과 북한 내수경제 발전에 필요한 차세대 북한 기술관료 및 경영 인력과 산학협동 연구 인력을 육성하고 있는, 한국에서 설립한 연변과기대와 평양과기대의 사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첨언컨대, 국제화 교육과 직업 훈련의 경험을 갖춘 이러한 인재들과 노무인력을 이 지역 경제협력에 투입하는 방안이야말로 ‘천시·지리·인화’를 결합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혁신적 국제협력(win-win 패러다임)방안이 되지 않겠는가 싶다.

이는 남북경제협력의 첫걸음이 될 것이며, 나아가 초국경 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신북방경제협력체제)을 구축하는 근간이 되면서 동북아 공동번영과 한반도 통일의 핵심적인 기반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Ⅲ.

“저는 창지투(長吉圖)개발계획이 동북아 역내 다자간 개발계획으로 발전되면 버클리 대학의 스칼라피노 교수가 제시한 바 있는 동북아 자연경제권(Natural Economic Territory)의 개념을 현실로 전환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자연경제권의 개념은 국가간 인접 소지역 경제권들이 정치적 국경선 때문에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자원의 부존도, 발전 격차, 체제의 다양성을 활용하기 위하여 인프라와 물류로 상호 연결되면서 초국경 지역공동체로서 원래 지니고 있었던 천부적 잠재력과 순기능을 발휘하며 상호 윈윈의 경제 통합이 구현 될 수 있는 지형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위에 인용한 글은 2011년 6월 “이제는 훈춘이다”라는 캐치 플레이즈를 내걸고 진행된 “남북물류포럼 국제학술대회”에서 안충영 박사(전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 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께서 “창지투 개발: 동북아 자연경제권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한 대목이다. 이제 만 3년이 지난 이 시점에 유라시아 대장정의 마지막 연결구간인 하산-나진과 훈춘-나진을 잇대고 있는 두만강 유역(UNDP지역)을 바라보며 다시한번 한반도 역사의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예측해 본다.

다시 말해 ‘동북아 자연경제권’을 배경으로 하는 초국경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숙원사업인 한반도 통일까지 좌우할 원대한 계획의 용트림이 정점을 향하여 기염을 토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를 부추기듯 드디어 오늘 8월 13일 출발하는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원정대’는 한반도 통일과 유라시아 대륙 번영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이는 참으로 경하할 만한 일이며, 우리 온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축복해 마지않을 일이다. 여기에 덧붙여 박근혜 정부에 바라고 싶은 바는, 이 좋은 기회 즉 천시(天時)와 지리(地利)와 인화(人和)가 결합하여 발효된 국민적 열망을 ‘기축동력’으로 삼아 한반도 '통일준비'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안착을 실현하는 ‘역사적 대전환’의 과업에 기필코 성공하는 국가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부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