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가와유키코 / 와세다대 정경학부 교수

▲ 후카가와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2040년 세계 7대 경제 대국 진입, 1인당 국민소득 8만달러, 게다가 북한까지 소득 5만~6만달러로 성장'.

이달 초 국립외교원이 발표한 한국의 미래 전망이다. 정반대로 선진국 경제학계에서는 장기 경기침체론이 주목받고 있다. 장기 경기침체론의 파문을 최초로 일으킨 사람은 미국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한 로런스 서머스 교수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강연에서 미국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리먼 쇼크 이후 미국은 역사상 유례없는 금융 완화를 지속했지만 아직까지 잠재성장력을 큰 폭으로 밑도는 저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 때문에 잠재성장력 자체가 저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 침체설은 일본이 경험한 것과 같은 임금 물가상승률 둔화(disinflation)뿐 아니라 실질 인구 증가 둔화와 기술혁신 부진으로 실물경제의 투자기회는 1970년부터 축소되기 시작했다는 주장을 근거로 한다. 투자 기회의 축소를 항상 금융만으로 보충하려 해온 미국이 결국 파탄한 것이 바로 리먼 쇼크였다는 견해다.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방전으로 나는 세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①기업의 이노베이션 역량 강화와 사회 보장의 지속성 확보 등 공급 측면의 개혁 ②금리 자본 비용 인하와 규제ㆍ감독 강화에 따른 안정 ③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에너지 정책으로 수요 환기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판 `아베노믹스의 3개의 화살`이다.

선진국 경제의 장기 정체가 현실이 되었을 경우, 한국 경제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먼저 수출 전망이 장기적으로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한때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이 실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중국 이외의 신흥시장은 미국이 출구전략을 살짝 시행했을 뿐인데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아직까지도 이로 인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만 괜찮으면 문제가 없을까. 비정상적인 공공 투자 확대로 부채에 시달리는 중국은 아직 민간 소비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수출은 선진국의 장기 수요 저하의 영향을 받아 둔화되고 있고, 대중 수출의 대부분을 중간재가 점유하고 있는 한국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인당 소득이 낮은 단계에서 이미 인구증가율의 둔화는커녕 노동인구의 감소가 시작되고, 암 환자의 급증으로 평균수명이 5년이나 단축되는 등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장기 전망은 더욱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한국이 내수 주도로 전환될 수 있을까. 많은 학자들은 위에 제시한 처방전 중 ②에 대해서는 주식ㆍ부동산의 버블화와 소득 격차 확대 등의 문제로 인해 회의적이다. 이미 거대한 가계 부채를 안고 있고, 2040년에는 미국은 물론 일본을 웃도는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한국이 무모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한국의 성장 전략은 ①의 방법으로 지속성 있는 사회 보장제도를 설계하고 헬스케어, 건강관리시스템, 의료기기 등으로 혁신을 일으켜 ③ 에너지 및 환경 관련 서비스를 이른 시일 내에 신흥시장에 전개해 나가는 등 한정적인 선택지를 착실하게 추진하는 것이 좋다. 여성 노동 투입 증가로 연결되는 보육, 교육 서비스, 도시 설계 등도 혁신 가능한 분야가 아닐까 한다. 이것들은 양쪽 다 통일과 같은 마법의 지팡이는 아니다. 그러나 통일은 상대방이 있는 것이며, 거대한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고 세계 경제는 한국과 북한만으로 성립되어 있지 않다. 여름이 계속될 것으로 믿고 있는 베짱이와 달리 개미처럼 긴 겨울을 대비하는 성실한 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설사 겨울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준비를 해두는 것은 개미에게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