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 작가

“ ‘3농’ 문제에서 관건은 땅이다. 땅을 지켜내느냐 못 지켜내느냐 하는 문제는 우리 조선족 미래의 명암과 관계되는 문제이다.”

제18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가 열린 후로 우리 조선족사회에서도 “3농” 문제에 대한 관심이 깊어가고 있다. 노무수출로 나간 사람들도 마을정황을 알아보는가 하면 연해지역으로 나가 일하는 사람들도 토지 등 해당 정책에 대해 자문을 요청하기도 한다. 기꺼운 변화이다. 그리고 많은 지성인들이 이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땅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일깨워주는 사람, 기회를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하는 사람, 무슨 일을 하던 수입을 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따지는 사람, 실력을 다지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하는 사람, 자본축적이 급선무라고 제안하는 사람,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직화 건설이 급선무라고 강조하는 사람…그야말로 희망의 불꽃을 튕기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보면 이런 사람들의 의견이나 주장은 모두 실제적이고 일정한 일리가 있다. “3농” 문제에서 관건은 땅이다. 땅을 지켜내느냐 못 지켜내느냐 하는 문제는 우리 미래의 명암과 관계되는 문제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여자의 자본은 얼굴에 있다. 농민의 자본은 땅에 있다. 우리 조선족의 자본은 고향마을에 있다.”

확실히 땅을 지켜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현실이 우리들로 하여금 땅을 지켜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각종 원인이 있는데 중요한것은 흩어져 있는 농민 개개인들이 일정한 자본실력이 없으면 땅을 지켜내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우선 먼저 돈을 버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누구나 다 돈을 많이 벌자고 하는 시대이다. 단순노동으로 버는 화폐성 수입으로는 10년 내지 20년씩 내처 벌어도 땅을 지켜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목돈을 벌어야 한다. 목돈을 벌자면 무엇보다 기회를 잘 엿보고 그걸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한다. 즉 다시 말해 기회를 잡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지금 해외 노무수출이나 연해지역 큰 도시들에 나간 우리 조선족 농민들은 몇 년간의 고생 끝에 대부분 목돈을 벌었다. 기회를 잘 잡은 것이다. 한 10여년 이상 부지런히 번 사람들은 대개 도시에다 아파트 한두 채쯤은 갖추고 여유자금이 십여 만원에서 몇 백만 원까지의 저축을 하고 있다. 헌데 그런 여유자금으로는 도시나 향촌에다 경영실체를 꾸려놓자면 아무리 따져봐도 그냥 모자란다. 시장문턱이 높아진 것이다. 그 문턱을 넘기기가 바쁘게 되였다. 이제부턴 그만한 여유자금으로는 자기의 땅도 지켜내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우리는 아직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그냥 나아가야 하는가? 이대로 그냥 나가면 소수 “팔자”가 좋은 사람들은 부유해지고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미래의 “새로운 빈곤층”으로 탈락할 수밖에 없다. 경로는 한 갈래밖에 없다. 뭉쳐서 합작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농민은 뭉쳐야 힘이 생긴다. 뭉치지 않으면 발전할 수도 없고 자기의 이익마저도 챙기기 곤란해진다. 특히 오늘날 시장문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는 그 문턱을 넘기가 점점 더 곤란해져 가고 있다. 때문에 뭉쳐야 한다. 뭉치는 목적이 실력을 키우고 자본을 축적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자본화시대에 들어서면서 시장에 발붙일 수 있고 경영능력을 갖출 수 있고 개발항목을 얻을 수 있으며 투자실력을 과시할 수 있으며 이익성과를 배분할 권리와 수익할 자격을 가지게 된다. 즉 다시 말해서 자본축적이 급선무인 것이다. 지금은 어느 나라든 어느 지역이든 간에 자본의 권리가 점점 더 커가고 있다. 앞으로는 더 팽창될 것이다. 금융자본이든 실물자본이든 좀 큼직하게 쥐고 있으면 어디로 가 무엇을 하든 배를 쑥 내밀고 큰소리 칠 수 있다. 헌데 솔직한 이야기지만 우리 민족은 자본축적이 잘되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따지고 볼 때 민족의 이러저러한 열근성(劣根性)으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폐단들도 있고 더욱 핵심적인 것은 우리의 관념이 아직 진정 갱신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고 찍어 말할 수 있다. 물론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계승하고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민족의 실력을 다지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더 급선무라고 인정된다. 때문에 당면한 우리의 급선무는 땅의 기본성, 기회의 절박성, 단합의 공신력, 실력의 강대함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상호 일깨워주고 서로 교류하면서 우리의 관념을 진정으로 갱신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 관념을 갱신하고 뭉칠 수 있고 실력을 다질 수 있다면 우리의 앞날은 정말 찬란해질 것이다. 지금 모든 조건이 다 구비되어 가고 있다. 다만 관념갱신이라는 이 “샛바람”만이 세차게 불어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