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환 / 전 KYCC이사장

나는 1995년 북한 아태평양위원회(당시 김용순 위원장)의 초청으로 방북한 적이 있다. 내가 관계하는 미국 건축설계·엔지니어링 회사의 고위급 인사들과 함께 북한의 순안공항 확장 및 개발을 위해 방북한 것이다. 같이 간 미국 임원들은 당시 아태평양위원회와 상담하면서 미국회사가 만든 기본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는 등 협력관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관계회사와 북한 당국은 MOU까지 체결했었다.

당시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기초비용이 많이 드는데 아시아개발은행의 협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필리핀에 있던 아시아개발은행의 미국 측 대표를 여러 번 만나 긍정적 관심을 받아냈다. 그런 논의가 진행되던 중에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가로 지정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북한유엔대표부를 찾아가 해법을 강구하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얼마 전에 세계은행 김용 총재가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개방한다면 아낌없이 줄 겁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총재의 부모가 이북 출신이고 그 자신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막강한 세계은행 총재다. 이런 비중 있는 인물이 지원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낙후된 인프라를 개발하는 데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나진선봉 지구, 개성공단 등 산업단지 개발도 중요하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낙후된 도로·항만·철도·다리 등 산업 기초시설을 하루 속히 현대화 하는 것이다. 현재 상태로 통일이 된다면 남한 정부의 통일 비용은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북한이 속히 개방·개혁을 해서 사회 기간시설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김용 총재와 같이 적극적인 지원 의사가 있을 때 북한이 이를 잘 활용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