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 연변일보 기자

▲ 최근갑 옹

용정시 용문사회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최근갑(89세)옹은 20여 년간 자신과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무주고혼들의 묘지를 지키면서 민족의 역사를 발굴하여 사람들로부터 “산지기”라 불리고 있다.

“여태까지 포기하고 싶은 생각 한 번도 가져본적 없습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발굴하는 것을 사명으로 간주하고 후대들을 위해 이 작업을 견지해야겠다고 생각했었지요.”

4일, 최근갑옹은 새하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갑옹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잊혀져가는 민족의 역사 발굴에 나섰다고 한다. 최근갑옹의 아버지 최영승은 항일지사였다. 1931년, 최영승은 용정간도 일본총령사관 경찰들에게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으며 청진형무소를 거쳐 서울서대문형무소에까지 끌려가 혹형을 치렀다.

“이 땅에서 다시는 우리 민족이 일본침략자들한테 짓밟히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또 우리의 역사를 후대들한테 잘 알려주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지요.”

최근갑옹은 80년대 중기부터 여러 가지 서적들을 읽으면서 우리 조선족 역사에 대해 요해하기 시작했고 이어 역사발굴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던 1989년에 지인들과 “3.13반일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기투합 하여 열사들의 묘소 조사발굴을 시작했다. 최근갑옹은 먼저 “용정 3.13수난의사추념준비위원회”를 조직하고 자신이 직접 조장직을 맡았다. 1989년, 위원회의 일행은 선후로 당년의 유지인사 32명을 방문하고 다섯 차례의 현지답사를 하였고 1990년 초에 3.13반일의사묘소위치를 확증했다.

최근갑옹은 당시 묘소위치를 확인하고 묘소 앞에 섰을 때 스스로 머리가 숙여지고 자책감에 빠졌다고 한다. 70여 성상을 풍설에 씻기고 짐승들에게 짓밟혀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주저앉을 대로 주저앉은 묘소는 너무 볼품없었던 것이다. 1990년 5월 18일, 최근갑옹은 용정시제5중학교의 100여명 학생들을 동원하여 성묘하고 5월 19일에 제를 올리고 추도회를 열었다. 그후 “용정3.13수난의사추념준비위원회”를 “용정 3.13반일의사릉수선위원회”로 이름을 고치고 직접 조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사업은 순풍에 돛단 격은 아니었다. 1990년대에 시의 재정상황이 어려워 자금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최근갑옹은 자신이 졸업한 은진중학교의 동문회와 사회유지인사들에게 이 사업을 알려 지원을 받기 시작했고 의사묘소부근의 임자 없는 묘소들을 모두 옮기고 나무를 심는 등 세 차례 대수선을 하였다.

“3.13의사능”은 지금 용정시에서 동남쪽으로 육도하를 거슬러 5리가량 올라가있는 합성리 동산묘지에 있는데 3.13시위에서 수난당한 12명의 열사가 잠들어있다. 오늘의 “3.13의사능”은 연변을 찾은 국내외 손님들이 자주 찾는 역사의 현장으로 되였다. 2년 전 “3.13사업위원회”회장직에서 은퇴한 최근갑옹은 지금도 이곳에서 국내외 손님들의 해설을 맡아 하고 있다.

현재 “3.13사업위원회”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광평은 “최근갑선생님은 20여 년 동안 3.13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여러 가지 애로에 부딪쳤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 민족의 역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면서 신념을 꺾지 않았습니다.라고 하면서 최근갑로인의 사명감과 민족적자부심에 탄복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