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수 / 기자]

▲ 김청수 기자

2015년 3월 14일자 《길림신문》 제4면에 《31만원 은행적금 보험공사의 계약서로 되다니》란 기사가 실렸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고 입을 딱 벌렸다. 왜냐하면 몇 년 전 필자도 이와 유사한 봉변을 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어느 날, 외국에 있는 자식이 인민폐 30여만 원을 부쳤다. 필자는 자식의 요구대로 그 돈을 일 년 동안 은행에 예금하려 했다. 이때 예쁘장하게 생긴 은행원이 방긋방긋 웃으며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이렇게 물었다. “할아버지 보험적금 안하시겠어요?”

‘보험적금’이란 금시초문이었다. “아니 세상에 보험적금이란 것도 다 있소?” 내가 이렇게 물으니 여직원은 “그렇고말고요. 그 적금 이자가 은행예금보다 훨씬 더 많거든요. 3년 적금하면 이자가 8만원이 넘어요.” 그래서 필자는 속으로 셈을 해보았다. 30만원을 은행에다 맡기면 1년에 이자가 만원 전후이고 3년이면 4만여 원 밖에 안 된다. 8만원이면 대단하다. 나는 귀가 솔깃해졌다.

그러나 나는 혹시나 해서 자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자식은 펄쩍 뛰면서 소리쳤다.“안돼요! 세상에 보험적금이란 것이 어디 있어요? 잘못하다간 그 돈을 몽땅 날려버릴 수도 있어요!” 그 말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식 말대로 은행의 정기예금을 하려고 창구에 앉았더니 창구에 앉아있던 젊은 여직원이 정기적금을 하되 꼭 은행카드를 만들라는 거였다. 무료로 은행카드를 만들어주며 돈을 찾을 때도 아주 편리하다고 적극 권유했다. 외국에서는 컴퓨터 혹은 소형감시카메라로 개인정보를 절취해가지고 카드의 돈을 싹쓸이한다는 기사를 여러 번 봤던 나는 그 은행이 별로 미덥지 않아 입금하려던 돈을 몽땅 챙겨가지고 다른 은행으로 갔다.

사실 정기예금은 은행카드가 전혀 필요 없다. 일 년 혹은 몇 년간이나 쓰지도 않을 은행카드를 무엇 때문에 만들어야 하는가? 그런데 은행은 예금할 때마다 은행카드를 만들라고 자꾸만 강요하는데 그 영문을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호랑이 보고 놀란 사람 고양이 보고도 놀란다’는 식으로 이건 대체 봉사인지 사기인지 전혀 분별할 수가 없다.

기사에 실린 연길시민 정씨란 분은 높은 이자를 준다는 보험공사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그만 엉뚱한 보험공사 재테크상품 구매계약서에 서명한 것이다. 그가 일년반 후 은행에 돈을 찾으러 갔더니 은행에서는 이건 보험공사와 한 계약이라며 보험공사로 가라고 했다.

그래서 보험공사를 찾아갔더니 보험공사에서는 돈을 찾으려면 오히려 1.8만원이란 고액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며 큰소리 쳤다. 거금을 ‘예금’하고도 오히려 고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니? 흥분한 정씨는 소비자협회를 찾아가서 하소연했다. 다행히 소비자협회의 도움으로 원금은 찾았으나 근 2만원의 ‘은행예금’ 이자(당시 3.30%)는 허망하게 떼이고 말았다.

정말 한심한 일이다. 은행에서 보험공사와 짜고 소위 ‘보험적금’이라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불법행위라고 본다. 말 그대로 보험공사는 보험공사이고 은행은 은행일 뿐이다. 나중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보험공사에는 법적보장을 받는 예금업무가 없었다.

‘은행예금’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해야겠다.

해당부문에서 상기 문제와 관련해 강력한 조치를 강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