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 / 경제부 기자

남가주한인음식업연합회(KAFRA)가 출범 4년 만에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활동중단이다.

협회는 ‘새 회장을 맡을 적임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다시 모일 것’ 이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체위기’가 거론 될 때도 누구도 선뜻 맡겠다고 나서지 못한 ‘무거운’ 자리다.

그 무게는 현재 한인사회 요식업소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과 비례한다. 아무도 나서지 못하는 심정을 모두가 이해하는 이유다.

지난달 25일, 한인타운 용궁 식당에서 열린 KAFRA 왕덕정 회장의 이임식이자 협회의 마지막 공식 이사회는 아쉬움과 격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로 끝을 맺었다. 행사장에 걸린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문구와 함께 그간 함께 고생해 온 이사진과 자문위원들에게 감사패가 전해졌고, 연임으로 4년간 협회를 이끌어온 왕덕정 회장에게는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해체’ 또는 ‘활동중단’이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활동방향을 놓고 벌어진 의견충돌도, 내분도, 감투싸움도 없었다. 대신 ‘잠시 겨울바람을 피하기 위해 쉬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안타까움이 남았다.

차기 회장이 없어서 단체가 활동을 전면 중단한다는 것은 분명 사상 초유의 불명예다. 더군다나 KAFRA는 1982년 LA 한인요식업협회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한인 요식업계 대표 단체다.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노동청, 보건국 등과 함께 수많은 세미나를 개최해왔고, 웹사이트 개설과 월간지 창간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한인업소들의 교욱. 권익도모와 공동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KAFRA는 한인타운 요식업소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쉽게 말해 ‘먹고 살기도 힘들어 여력이 없는 것’ 이다. 치솟는 식재료 값, 날로 오르는 최저임금, 막대한 자금력으로 파고드는 한국발 프랜차이즈,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힘겹게 버티다 멈춰버린 것이다.

세대교체 실패도 또 다른 이유다.

KAFRA에 따르면 이사진의 평균 연령은 60세다. 대부분이 은퇴를 생각하고, 2세들에게 물려주길 원하지만 여의치 않다고 토로한다. 이미 한인타운에 성공적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젊은 업주들이 적지 않지만, 협회에 관심이 없다.

힘차게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인 ‘젊은 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한 번 멈춘 단체가 다시 활동을 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KAFRA는 ‘해체’가 아닌 ‘휴식’임을 강조했다. 한인타운 내 요식업소의 상생을 위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을 단체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목모임으로 유지하며 나타날 적임자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특히 2세들의 관심이 협회를 살리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나 혼자도 잘 되지만 함께 돕는 것, 나 혼자 살기도 어렵지만 서로 도와나가는 것이 진정한 상생을 위한 노력이 아닐까.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의미 깊게 다가오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