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은 / 한남대 교수

한국 경제가 조용할 날이 없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내부 악재가 잦아들 만하니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중국 증시 폭락 등 외부 악재가 더해지면서 경기회복에 암운이 드리워져 있으니 말이다. 중국 증시 폭락으로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중국 금융위기’, ‘중국발 대공황’ 등의 얘기가 떠돌고 중국발 한국 경제 위기론도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있다. 중국 쇼크와 중국발 위기론이 사실일까?

이번 중국 증시 폭락이 예상치 못한 쇼크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예고된 ‘인재(人災)’에 가깝다. 증시 폭락이 단기간 내 급등한 주가의 조정이라는 측면과, 금융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주식시장을 통해 경기를 진작하려는 공산당의 섣부른 시도가 증시 폭락을 불렀다는 점에서 말이다.

첫째, 주가 급락의 원인은 중국 실물경제의 이상징후라기보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조정의 성격이 강하다. 실제 상하이 주가지수는 2014년 7월 중순 저점(2033)에서 올해 6월 고점(5178)까지 11개월 만에 150% 이상 뛰었다. 최근 한 달 새 고점 대비 32% 하락했지만 지난해 저점에 비하면 70% 이상 올랐다.

둘째, 주가 급락은 공산당이 경기부양을 위해 증시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120조위안(2경2000조원)에 이르는 가계저축을 증시에 유입시켜 내수를 살릴 계획으로 증시를 띄웠다. 1인 20계좌 허용, 주식 신용대출 확대, 후강퉁 제도 시행, 금리 인하 등으로 증시는 살아났다. 증시 호황으로 기업의 부채가 줄고 내수는 달아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 정부의 예상과 달리 통제불능 상태의 이상과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주가가 오르자 개인들은 빚을 내 주식을 샀고, 기업들은 실적보다 고평가된 주식으로 빚을 내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 최근 주가 급락은 이러한 과도한 신용거래의 후유증 때문이다. 여기에 선진국에 비해 경험과 능력이 떨어지는 중국 금융당국의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증시 과열에 놀란 금융당국이 신용거래 규제를 강화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매에 나서면서 증시 대폭락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 증시 폭락이 중국 경제위기를 불러오고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번 중국 증시 폭락 자체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중국의 주가 폭락은 중국의 실물경제 문제라기보다 증시 내부의 문제에 가깝다.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증시 사태와 무관하게 중국 경제는 올해에도 바오치(保七·경제성장률 7% 사수)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중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금리, 환율, 외환보유액, 자금 등 주요 금융지표가 양호하다.

정작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차이나 쇼크’는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먼저, 올해 4월 중국 국영 화학업체 켐차이나가 세계 5위의 타이어업체인 이탈리아 피렐리를 인수한 사건이다. 피렐리는 매출액 기준으로는 브리지스톤, 미쉐린 등에 이어 세계 5위지만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들에 장착되는 타이어를 공급하는 최고급 타이어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피렐리의 엄청난 기술과 노하우가 통째로 중국 국영기업에 넘어감에 따라 중국 시장과 세계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 타이어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리가 갖고 있던 중국 기업에 대한 타이어 관련 기술의 우위는 단번에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올해 봄에 중국 BOE가 삼성과 LG에 앞서 10조원 규모의 10.5세대 LCD 생산라인 건설에 들어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기술적인 측면 때문에 10세대 투자에 주저하던 상황에서 BOE는 중국 정부의 든든한 후원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진출한 것이다. BOE의 10.5세대 생산라인이 가동되면 8세대에 머물러 있는 우리 기업들이 LCD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중국 증시 폭락과 우리의 주력 산업이 위협받는 두 사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두 사건 중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 되는 진정한 ‘차이나 쇼크’가 무엇일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