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한국 정치의 화두다. ‘배신의 정치’. 왜 사람들은 배신하고 배신을 당할까? 7월 4일은 미국독립기념일이다. 1776년의 그 날은 미국에게는 자유의 날이었지만 영국에서 보면 배신이다. 자식이 부모를 배신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생각이 들었으리라. 서로 맹렬하게 싸웠고 약 5만 명의 미국인이 죽었다. 그렇게 싸우더니 지금은 가장 가까운 혈맹이다. 인간사의 가장 큰 아이러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원수가 되고, 오늘의 원수가 내일의 친구가 된다.

왜 배신을 할까? 먹을 수 있는 파이(pie)의 크기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전부 아니면 전무 (All or Nothing)’- 내가 다 차지하지 않으면 결국은 나에게 돌아올 것이 하나도 없다는 처절한 생존경쟁 역사의 산물이고, 가인과 아벨에서 부터다. 아니 선악과를 따먹던 그들 부모로부터다. 하나님 형상을 가진 존재로서 오리지널이 되고 싶었던 배신의 전통이 여전히 우리 속에 있다. 싸리문 얼기설기 걸쳐놓고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 인지까지 알던 때도 있었지만, 쉴 새 없이 일어나는 전쟁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무척 배고프게 살았다. 세 나라 중 하나가 살아남아야 했던 삼국시대 이후 조선시대의 각종 사화를 거쳐, 한반도 전체를 통째 삼킴 당했던 일제시대, 그리고 4.19와 5.16을 거쳐 문민정부가 된 지금까지도 그렇다. 남이 내 것을 책임져 주지 못하니, 내 것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처절한 각박함이 가득하다. 그래서 이제는 잠시 감옥에 갔다 왔어도 숨겨 놓았던 돈으로 떵떵거리고 잘 사는 사람 보면 부러운 마음이 앞서는 시대가 되었다.

이 시대는 더욱 각박하다. 쓰나미 한 번, 원폭 몇 개로 한 나라가 휘청거린다. 무자비한 구제금융 볼모에 사로 잡혀 비참한 경제 노예가 돼 버리는 무한경쟁의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 2-3년 내에 살 길을 찾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데 ‘배신의 정치’는 끝낼 줄을 모른다. 그렇게 손 놓고 요행을 바라다가 100년 전 열강 각축전의 희생양으로 다시 전락할 것인가? 아니다. 하늘이 무너질 때 오히려 솟아날 구멍이 생긴다. 우리들이 호주 땅에 고요히 묻혀 살고 있을 때 세상은 급격하게 용트림하며 지구촌시대가 되고, 인터넷 통한 빅데이터(Big Data) 시대가 되었다. 유사이래 이런 기회는 없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때가 다시 돌아왔다. 이 파도의 물결을 타고 파이의 크기를 최대한 키워야 한다. 배신하지 말고 상생하면 된다. 서로를 잡아먹을 것이 아니라, 부유한 이웃 나라를 합심 대처해야 한다. 북한까지 마음을 열어 대박 통일이 되면 작은 고추가 얼마나 매운지 온 세상에 보여 줄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이웃나라와 무력을 가지고 싸우자는 말은 아니다. 지구와 우주는 무한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세계 인구가 70억을 넘었고, 머지않아 100억이 될 텐데 다 살만하니까 하나님이 허락하셔서 지탱된다. 땅은 든든하고 하늘은 높고 바다는 깊다. 태양열, 풍력, 수소에너지, 생명공학 등 무한한 불루 오션이 우리 앞에 있다. 서로를 배제하지 말고 포용하며 사는 넉넉한 마음만 있으면 이 모든 것이 다 우리들의 것이다.

아브라함은 가나안 산지에서 조카와 함께 양을 치며 살았다. 하나님이 도우시고 스스로도 열심으로 산 결과 재산들이 많이 늘어나자 다투기 시작했다. 어떻게 파이를 갈라야 하는가가 문제였다. 그 때 아브라함은 기득권을 완전히 놓아 버렸다. 조가 롯이 가지고 싶은 만큼 다 가지게 했다. 롯은 자기 눈에 좋아 보이는 소돔 평지를 택했고, 결국은 다 타버렸다. 아내는 소금 기둥이 되고, 두 딸은 소돔에서의 악한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나중 원수 나라의 조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기득권을 완전히 내려놓은 아브라함은 오히려 온 세상을 향한 복의 근원이 되었고, 신앙의 조상이 되었다. 정의의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증거다. 우리도 아브라함 따라 마음 넓게 쓰면 된다. 손이 크기로 유명한 하나님께서 끝도 없는 우주까지 다 주신다고 약속하셨다. 그런 마음을 받아 파이 자체의 크기를 키워나가야 한다. 좁은 곳에서 티각태각 싸우지 말고.

왜 우리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가? 속이 좁아서인가? 아니다. 생각이 좁아서 그렇다. 얼마 전 정치 경제의 화두는 ‘창조경영’이었다. 그런데 누구도 이 말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순서가 잘 못 되었기 때문이다. 창조는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한국산 자동차가 호주 대중차 시장에서 매우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 최고는 아니다. NRMA에서 매긴 순위에서 상위권에 있는 마즈다 자동차회사의 멋있는 광고를 보았다. 혁신적인 엔진을 크게 확대해 놓고는 그 밑에 상대성이론을 만들어 낸 아인슈타인의 말 한 구절만 달랑 인용해 놓았다. “진정한 지성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이다 (The true sign of intelligence is not knowledge, but imagination).” 읽자마자 마즈다를 사고 싶어졌다. 이미 오래전 피스톤 엔진대신 로터리 엔진을 발명한 RX-7의 마즈다가 아닌가?

창조적 상상력을 가장 잘 키워주는 교육 시스템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끔 한국교육을 칭찬한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뭘 모르는 소치다. 16년 동안 영어를 배웠어도 논문표절시비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는 한국과 학생들에게 에세이 장사를 하는 중국인들은 절대 미국과 유럽의 창조성 개발 교육을 따라가지 못한다. 중국이 돈 힘으로 세계경제 2위국까지는 되었지만, 1위까지 올라갈 수는 없다. 근면하면 백만장자, 열심히 모방하면 천만장자까지는 되어도, 억만장자는 창조적인 상상에서 나온다. 왜 우리라고 하지 못하는가?

‘배제와 포용’이란 책을 써서 발표하는 미로슬라브 볼프에게 위르겐 몰트만 교수가 구체적이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당신은 체트닉을 끌어안을 수 있습니까?” 크로아티아 인으로써 1993년 고향에서 일어난 비극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던 볼프에게 물어 본 것이다. 그 당시 몇 달 동안 ‘체트닉’이라고 불리던 악명 높은 세르비아 전사들은 그의 동족들을 강제 수용소에 몰아넣고, 여자들을 강간하고, 교회를 불태우고, 도시를 파괴했다. 죽음의 배제를 경험한 그가 어떻게 그 원수들을 포용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잠시 후 볼프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오,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로서 나는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지평을 넓히라. 배제하지 말고 포용하라. 정의로운 하나님을 믿으라. 이것이 제대로 훈련되어지면 우리의 생각은 자유로워진다. 상상력을 통해 창조력이 생긴다. 이 세상 하늘을 뚫고 올라가게 된다. 최고로 아름답지만 국경없이 고요하게 움직이는 ‘불루 마블’ 지구를 내려다보는 마음으로, 이 세상 속에서 창조 경영을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