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2011년 5월, 9·11 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이라크 주둔 미군 전투 병력을 철수 시켰다. 2011년 연말을 보내면서 부시가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듯 보였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을 기점으로 중동지역 아랍권에선 혼란스럽지만 여하튼 시민혁명의 수준에서 민주주의가 싹트는 듯 했다.

그 즈음 오바마 정부는 중동지역에 쏠려있던 대외정책의 중심을 서서히 옮기기 시작했다. 소위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한 것이다. 국제사회 상황인식의 반영이었다. 중동지역에 대한 군사개입을 줄이고 아시아정책에 역량을 쏟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5년 6월10일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가 이라크 제2 도시 모술을 사실상 무혈 점령하면서 이러한 상황인식은 완전한 오판임이 드러났다. 6월30일 ISIS는 ‘이슬람국가(IS)’ 건국을 선포하고 수도 바그다드를 향해 거침없는 기세로 밀고 내려왔다. 사담 후세인의 잔당들이 결국엔 다시 미국을 향해서 공격을 해 온 것이다.

이들의 공격방식은 테러와 군사작전을 함께 감행한다. 오사마 빈 라덴을 추종하던 알카에다의 테러리스트들과 후세인 권력하의 장군들이 무장단체를 만들어 국가를 선언한 것이 이슬람국가(IS)다.

미국은 8월8일 이라크 내 IS에 대한 공습에 나서면서 군사개입을 재개했고 9월10일에는 시리아에 대해서도 공습을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판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또한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이 완전히 실패했음(?)이 드러났다.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터키에 모였다. 소위 G20 회의다. 터키 남부의 안탈리아라는 아주 고급스런 휴양지, 휴양지로 너무나 좋은 곳이라서 옛날부터 ‘신들의 휴양지’라고 불리는 항구다.

지구촌이 안정되고 더욱 더 발전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고 세계의 지도자들이 모였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일본의 아베총리, 물론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하고 있었다. 정상들이 회의를 하려고 막 테이블에 앉기 시작하는데 그만, 프랑스의 파리에서 테러가 터졌다. 13일 금요일 밤, 파리를 피로 물들인 무차별 학살이다.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에서 시작된 이슬람 국가(IS)의 테러행위다. 안탈리아의 G20 정상화의가 ‘긴급 테러 대책회의’가 되고 말았다.

프랑스 파리는 그야말로 피의 금요일이 되었다. 자폭조끼와 총기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은 올랑드 대통령이 참관한 축구경기장을 비롯해서 극장과 식당, 카페 등 6곳에서 연쇄테러를 감행했다.

순식간에 500여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파리 시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참혹한 상황을 우리는 뉴스로만 접하고 있지만 정말로 끔찍한 광경이다. 14년이 흘렀지만 9·11테러, 그 때의 공포감이 다시 살아나기에 충분하다.

◆ 살인집단 IS는 누구?

테러범은 이슬람 수니파의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IS(이슬람국가)로 밝혀졌다. 서구 세상, 특히 기독교문명권의 국가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우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다. 잔악무도한 살인마들, 살인광들이다. 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IS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전쟁과 수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 속에서 생겨났다.

전쟁과 내전으로 인한 힘의 공백상태에서 IS는 급속도로 세력을 키웠다. IS는 이슬람 율법으로 통치하는 세상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갖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알자지라 TV화면을 통해서 포로를 칼로 참수하는 장면을 내 보내는 그러한 살인마들이 IS 조직원들이다. 이제 이 IS는 시리아나 이라크 부근의 아랍지역에 국한된 중동의 테러단이 아니고 전 세계를 향한 글로벌 테러의 지휘 본부가 되었다.

IS는 종교적 광신주의가 낳은 괴물이다. 이 IS는 9·11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 보다 더 광적이고 잔인하다. 알카에다는 무슬림이나 어린이 여성은 테러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지침이라도 갖고 있지만 IS는 ‘모두 죽인다’다. 맹목적 신념에 도취된 IS 무장대원들에게 자살공격은 거룩하고 영광스런 순교일 뿐이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서구와 이슬람권의 힘없고 철없는 젊은이들을 유혹하여 대원으로 끌어 들인다. IS 무장대원의 숫자는 약 8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중에 거의 3만여 명이 서방국가 출신들이라 한다. 지금 IS는 1천만명의 주민을 장악하고 있다.

◆ 혐오와 관용, 우리 선택은?

자신의 종교와 신념만이 100% 옳다는 착각에서 광신주의가 싹트는 것이다. 내 의견만 옳다고 종교나 신념이 다른 사람은 무조건 배척하거나 제거해야 한다고 믿는 가운데에 광적인 살인마들이 양산된다. 신앙과 신념과 자유를 존중해야 하지만 독선적이고 야만적인 광신주의는 제거되고 척결되어야 한다. 집단적인 광신주의자들은 관용의 대상이 절대 아니다.

자기 종교적 신념과 율법에 철저할수록 그만큼 사랑과 관용은 비례해서 넓어진다. 자기하고 종교적 신념과 신앙이 다른 이웃과 타인은 긍휼과 사랑의 대상이지 증오와 배척의 대상이 아니다. 배타주의는 야만적일 뿐이다.

프랑스 파리의 희생자들을 전 세계인들이 애도하고 있다. 우리도 적(빨강), 청(파랑). 백(흰), 삼색조명으로 함께 슬퍼하고 마음 아파해야 하겠다.

이제는 세계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IS의 다음 표적은 워싱턴과 런던, 그리고 뉴욕이 될 것이다. 베이징 도쿄,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때문에 이라크의 평화와 참혹한 시리아 내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힘을 합해야 할 일이다.

외국인들, 특히 무슬림에 대해서 무조건 혐오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갈 데 없는 난민들을 배척만 해서는 IS는 더 양산될 것이다. 우리가 더 관용적이어야 하고 더 나누어야 하고 더 연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테러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안정된 곳에서의 안전한 안도감과 살아있는 기쁨이 더 나누는 관용의 정신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