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용 / 논설위원

‘세계 3대 상인’ 하면 아라비아 상인, 중국 상인, 유대 상인을 떠올린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한 역사를 이겨내면서 상술도 그만큼 단단해졌다는 것이다. 이들 중 단연 으뜸은 유대 상인이다. 미국 인구의 2%밖에 안 되는 유대인이 대부호 상위 400가족 중 20%를 점하고, 최상위 40가족 중에도 40%를 차지한다는 점이 그 근거 중 하나다. 유대인 상술이 아직도 학자들의 주 연구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대인 상술의 기본 중 백미(白眉) 3가지만 추려보자. 우선, ‘78 대 22의 법칙’이다. ‘세상은 이 비율로 이뤄져 있다. 사람의 신체는 수분 78에 기타 물질 22의 비율, 공기 성분도 질소 78에 산소와 기타 22의 비율이다. 돈벌이 법칙도 마찬가지다. 빌려주고 싶은 사람 78에 빌려 쓰고 싶은 사람 22다’. 둘째, ‘돈벌이에는 이데올로기가 없다’. 돈 되는 상대라면 국적이나 국가체제 따위는 따질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끝으로, ‘돈에는 귀천이 없다’. 돈에는 출신을 묻는 이력서도 없고, 사람처럼 호불호가 없는 돈은 그저 돈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스라엘의 한 대학 연구팀이 최근 예수가 마셨던 포도주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외신에 따르면 연구팀이 이스라엘 남부 팀나에서 발견된 당나귀 배설물에 섞인 포도 씨앗들이 기원전 10세기 솔로몬왕 시절 포도주를 생산하고 버려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씨앗에서 DNA 정보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예수 시절 포도주 제조에 사용된 포도 품종이 팔레스타인의 포도 토착 품종 ‘마라위’와 ‘안달라’라는 점도 알아냈다. 두 품종이 탈무드에 나오는 포도 품종 ‘함다니’와 ‘진달리’와 유사했다는 것이다.

‘예수 와인’ 복원을 계기로 이스라엘 와이너리들이 내년부터 마라위 와인 생산에 본격 나선다고 한다. 앞서 연구팀은 요르단강 서안지역의 한 와이너리에 의뢰해 2480병의 마라위 와인을 시험 생산한 바 있다. 이스라엘에는 350개 와이너리가 있어 한 해 6500만 병의 와인이 생산된다. 연구팀은 “성경에는 포도주 이야기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며 “프랑스인들이 포도주를 만들 생각조차 못하던 시절부터 이스라엘은 포도주를 생산해 수출했다”고 했다. 민족의 정체성을 재건해나가는 유대인의 끈질김과 집요함도 그렇지만, 국부(國富)를 위해 조상들의 유산까지 활용하는 그들의 상술이 더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