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천/LA카운티 중소기업자문관

공격적이고 당돌했던 표정이 내가 만난 도널드 트럼프의 첫인상이었다. 사업상 연계를 위해 대면했지만 신사다운 모습이나 비즈니스적 관심은 별로 없어 보였다.

최근 CNN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중 지지율이 25%로 1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대선 후보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지도는 1위이지만 전체 조사대상자를 상대로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묻는 조사에서는 젭 부시가 67%로 1등을 차지했다. 트럼프의 인기는 거품일 뿐 자격은 꼴찌에 그쳤다.

트럼프는 지난 6월 전격적으로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이후 여론조사에서 줄곧 우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보수성향의 백인층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그가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될 수 있으며 불체자 문제만큼은 잘 다룰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트럼프는 유달리 이민자들에 대해 상당한 편견과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특히 멕시코 이민자를 범죄자 취급하고 시리아 난민을 거부하며 불법이민자를 색출하기 위해 전담 '추방군' 창설을 밝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무슬림의 입국을 불허하자는 언급까지 해 공화당으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 무슬림에 대한 철저한 감시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테러와 관련된 가족이나 친척까지 미국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국책에 반하는 말까지 거침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아시안들의 영어발음 액센트 흉내도 서슴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이후로 미국은 이민자와 난민이 만든 나라다. 이들은 고향을 떠나 새로운 환경을 찾아 미국으로 왔고 또한 탄압을 피해 미국을 택했다. 그리고는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다. 미국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꾼 위대한 난민들이며 이민자들이다.

트럼프는 한국과 관련해서도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으로 한국이 안보를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했다가 한국의 방위 분담이 밝혀지자 푼돈이라고 얼버무렸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독설과 막말 논란에도 트럼프는 지지율 수위를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의 독주가 계속되는 한 후보들 가운데 새로운 인물이 부각되기는 어렵다. 공화당 후보가 트럼프로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도덕성이 결여되고 거의 욕설 수준의 말까지 하는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걱정스럽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도널드 트럼프가 진정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이민자에 대한 근거없는 편견과 반감부터 버려야 한다. 이민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대통령은 이민자의 나라를 통치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