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혜 / 도쿄특파원

일본 산케이신문이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교육부의 역사 교육을 문제 삼았다.

이 신문은 최근 캘리포니아주 교육부가 '역사·사회과학 교육과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내후년부터 공립고 1학년 세계사 수업 때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가르치라는 내용을 집어넣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의 요청을 받은 것 같다. 일본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유엔에서 위안부를 성노예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썼다. 이 기사만 읽으면 마치 미국 교과서에 일본에 불리한 내용만 작심하고 부당하게 들어간 것 같다. 실제론 어떨까.

개정안은 502쪽 분량이다. 위안부 얘기는 딱 세 문장 나온다(469쪽). '위안부는 성노예를 완곡하게 일컫는 말로, 일본 점령 지역에서 끌려갔다'는 문장, '위안부는 20세기 최대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사건 중 하나'라는 문장, '피해자 규모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는 문장이다.

동시에 개정안은 미국의 약점도 솔직하게 적고 있다. 위안부에 대한 내용 바로 뒤에 나오는 게 원자폭탄 얘기다.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해 20만명이 죽었다. 이것이 옳은 결정이었는지 학생들에게 논쟁해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사의 치부인 노예제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고 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선 위안부보다 몇 배 더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남의 나라 교과서를 어디까지 비판해도 되는가' 하는 것은 까다로운 문제다. 과거 일본 우익과 산케이신문은 이에 대해 무 자르듯 명쾌하게 답했다. 주로 한국·중국이 일본 교과서를 문제 삼을 때였다. 우익 학자가 "교과서 편찬에는 그야말로 '주권 불가침'의 인식을 고수해야 한다"고 쓴 적도 있고, 산케이 기자가 "한국과 역사 인식이 다르다고 일본 교과서를 고치라고 한다면 중대한 문제"라고 쓴 적도 있다. 미국 학자·신문이 똑같이 얘기하면, 그땐 이들이 또 뭐라고 할지 궁금해진다. 캘리포니아주 교육과정 개정안에는 일본이 일찍 산업화에 성공했다는 점, 유럽·일본·미국이 모두 제국주의 정책을 펼쳤다는 점, 그러다 끝내 일본이 미국을 공격했다는 점이 다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