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없는 나의 집' 작가 금희(김금희)와 책 표지.

중국 창춘(長春)에 머물고 있는 조선족 작가 금희(36·김금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을 펴냈다.

2013년 소설집 '슈뢰딩거의 상자'(료녕민족출판사)를 중국에서 출간한 뒤 작년 봄 계간 '창작과비평'에 조선족 사회의 탈북 여성 이야기를 다룬 단편 '옥화'를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 활력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박력있는 서사와 세심한 심리묘사가 특징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이런 장기를 살려 '옥화'를 비롯해 조선족 사회에서 바라보는 탈북자 문제, 중국 소수민족으로서의 정체성 등을 그려낸 일곱편이 실렸다.

세상에 지친 심리적 약자들이 주인공이다. 표제작인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의 '나'는 자신을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사람'으로 느낀다.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꿈이다.

'봉인된 노래'에서 외삼촌은 집안의 모든 기대를 받고 자랐지만, 결국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다 가산을 탕진란다. '월광무'의 '유'는 중추절임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사업 자금을 빌리기 위해 며칠을 꼬박 기차를 탄다. '노마드'의 '박철이'는 한국에서 조선족 노동자로 생활한다. 한국 사람은 조선족에게, 조선족은 다시 탈북자에게 불신을 갖는 차별의 악순환을 지켜본다.

인물들의 정서가 오롯하게 와 닿는 이유는 이야기나 인물도 우위에 둘 수 없게 만드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탈북자, 조선족 노동자와 같은 소수자를 시혜적인 관점에서 보기보다 뻔뻔스럽게 보일 정도로 그려 인간의 이면을 들쑤신다.

풍부한 어휘 사용이 읽는 재미도 안긴다. 가쯘하다, 올방자를 틀고 앉다, 저마끔, 깇다, 뒤거두매, 옹근, 갑삭하다, 무득무득, 두근닥질하다 등과 같은 북한말, 조선족 말들은 낯설지만 이야기의 맥락에 더 집중케 만든다.

1979년생인 금희는 중국 개혁개방 이후의 격변기를 체험한 세대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경제로 변화한 중국사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이 시대 풍속화를 그린다.
292쪽, 1만2000원,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