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춘 / 연변작가협회 이사

제1회 중국조선족 단군문학상 시상야회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우리는 중국조선족”의 장중한 멜로디가 일전에 유서 깊은 용정의 해란강 대극장에서 메아리칠 때 반사적으로 97년 전 역사 화면이 필자의 뇌리를 스쳤다. 용정 “3.13반일시위투쟁”은 지난 세월 조선족 인민들의 반일투쟁이 대규모로 발전하게 된 계기로, 반일시위투쟁이 반일무장 투쟁으로 궐기를 부추긴 획기적인 역사사건으로 기록 된다.

중국조선족 반일항쟁의 효시인 “3.13운동”의 20세기 함성이 터졌던 바로 그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는 중국조선족”의 선율을 타고 펼쳐낸 21세기 중국 조선족 문학인들의 궐기모임은 그 의미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문학이 살아야 민족이 산다는 이념을 안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조선족 문학인 대표들은 단군 사상이 함유된 깊은 뜻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켜 “조선족 문학의 공간확장”에 일조하고 문학인들의 “자성과 영혼의 자유로운 비상을 위한” 분발된 자세로 “대중에게 성큼 다가 갈수 있는 문학” 창출에 만전을 기하리라는 새로운 공감대 확인을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우리는 중국조선족”의 멜로디는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 그리고 영광스런 혁명 전통을 갖고 있는 위대한 민족으로서의 자부감, 이 자부감으로 글로벌시대 민족대이동의 변화 흐름 속에서 조선족의 문화적 결집력을 높여 21세기 민족부흥의 새 지평을 열어가려는 웅심이 깃들어있다.

“우리는 중국조선족”, 필자가 이 멜로디와 처음 함께 한 것은 2006년 8월 한국에서였다. 재한조선족 근로자들을 위한 위문 공연단을 인솔하고 경기도 안산시에서 두 차례 위문공연을 펼쳤을 때 공연 타이틀이 바로 “우리는 중국조선족”이었고 공연 프롤로그가 바로 이번 단군 문학상 시상야회에서 울려퍼졌던 “우리는 중국조선족”노래였다. 이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국 여러 지역에서 구름처럼 모여든 조선족 근로자들은 “우리는 조선족”이라는 가슴 설레는 공연장의 화끈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그동안 쌓였던 고독과 회한, 스트레스를 가시고 중국조선족으로서의 자부심과 애국심을 굳게 다지면서 미래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각오를 불태울 수 있었다.

“우리는 중국조선족”, 이 멜로디에는 중국 조선족 문화메카로서 연변이 우리만의 특수한 캐리어를 통한 공감대를 구축하여 중국 전역, 나아가서 세계각지에 산재해있는 재외 조선족을 포용하여 공생 공존하는 21세기 중국조선족의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절박함이 내포 되어있다.

지난해 연변축구가 50년만의 전국우승, 15년만의 슈퍼복귀 쾌거로 축구고향의 명예회복을 이뤄내면서 조선족 구성원 모두가 열광하며 “우리는 중국조선족”임을 확인하는 세레나데를 연출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감격의 눈길을 일등공신인 한국 감독 박태하에게 돌렸었다.

그런데 이 이면에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박태하감독이 어떻게 3부 리그로 강등된 연변구단을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었는지, 연변축구에 특별한 애정을 쏟을 수 있었는지 그 궁금증을 주체육국 임종현국장이 밝혔다. “연변축구단은 ‘중국조선족국가팀’입니다.” 너무나 해학적이면서도 천금보다 더 무거운 이 한마디가 박태하감독의 심금을 울렸고 결국 그 초심이 기적으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우리는 중국조선족”, 조선족의 자부심, 조선족의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확신은 축구문화와 더불어 언어문자 위주의 조선족 문화성채의 반듯함과 생명력에서 생긴다. 어떤 상황에서도 조선족의 뿌리인 언어문자만 살면 우리민족의 진로는 찬란할 것이다. 유서 깊은 해란강반의 용정을 제1회 중국조선족 단군문학상 시상야회장으로 선택한 깊은 의미가 여기에 있는 줄 안다. 중국조선족 축구 “국가팀”과 더불어 지금 연변에는 언어문자, 문학예술, 신문출판, 위성방송 등 제분야의 중국조선족 “국가팀”이 많다.

지난해 년 초 카자흐 족이 3700여명, 1인당 수입이 1900원에 불과한 감숙성아크싸이카자흐자치현에서 40만원 거금을 건 국가급 카자흐 문학상시상식을 거창하게 북경 인민대회당에서 개최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들의 대단한 전략적인 “노림수”는 우리를 탄복시킨다. 필자는 우리도 한번 인민대회당에서 보란 듯이 연변이 아닌 중국조선족 문학예술, 신문출판, 방송TV, 언어문자를 망라한 포괄적 의미의 수준급 시상야회를 기획할만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에게는 그만한 저력이 충분히 있지 않는가?

“우리는 중국조선족”이라는 이 타이틀이 재활된 “축구고향”의 원기를 타고 새롭게 기지개를 켜는 전방위적인 조선족의 21세기 르네상스의 흐름에 힘입어 “우리는 세계 속의 중국조선족”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꿈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