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한/UC 리버사이드 교수·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

지난 2005년 미국 상원과 하원이 코리안아메리칸데이 즉 미주 한인의 날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미주 한인의 날은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 이민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을 계기로 지난 100여년간 한인들이 미국 사회에 기여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지정된 것이다.

미주 한인의 날 제정은 우리 스스로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지키며 보존하여 후세들에게 미주 한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통을 물려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주 한인의 날은 아직도 미미한 미주 한인의 목소리를 워싱턴과 주류 정계에 전달하고 우리의 권익을 보호하고 정치력을 신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다시 깨우치게 해 준다.

노예와 막노동 그리고 빈곤과 차별의 대상이었던 흑인사회는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후세들에게 계승시키고자 흑인 역사주간을 만들어 기념하기 시작했다.

1926년 흑인 역사학자인 카터 우슨이 미국 땅에서 흑인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흑인 역사 주간을 만들었다. 지금은 매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이 있는 1월 한 달 동안 흑인 역사를 기념하는 달로 지정해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주 한인의 날을 맞이하여 한인사회에서도 각종 행사가 준비되거나 이미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주한인재단과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도 차세대들에게 미주 한인의 역사를 가르치는 세미나를 1월 16일 마련하여 미주 한인의 날을 기념할 예정이다.

또한 어바인시는 어제(12일) 미주한인의 날 선포식을 가졌다.

필자는 지난 해 12월 말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가 설립된 직후 연구소 인턴으로 일했고 필자의 강의도 들었던 필리핀계 학생으로부터였다. 그는 졸업 후 샌디에이고 시장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메일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수님 강의를 들으면서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정치력이 다른 민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나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샌디에이고 시장실에 근무하면서 2016년 1월이 'Korean American Heritage Month'로 지정되도록 노력하여 마침내 결실을 맺었습니다. 19일 기념식이 열리는데 꼭 참석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편지는 지난 25여년 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에 몰두했던 것이 자랑스럽고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 주었다.

필자는 오는 19일 오전 10시 두 시간 운전하여 샌디에이고 시청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 문화, 전통 그리고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미주 한인의 날을 우리 스스로 기억하고 차세대들이 잊지 않고 계승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초기 이민자들은 인종차별과 노동 착취 그리고 낯선 문화와 가난 등과 싸우면서도 끝내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의 한인 사회를 이룩하는 초석을 다졌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자랑스러운 미주 한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주 한인들 모두가 미주 한인의 날의 의미를 새기면서 후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주 한인 사회의 모습을 남겨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