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6일 수소폭탄 실험을 성공시켰다는 북한 정부의 성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근거는 없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와 그 운반 수단인 탄도미사일의 고성능화를 쉬지 않고 진행해 온 만큼 군사기술 면에서 냉철한 규명이 필요하다.

이전 3차례의 핵실험과 달리, 이번에는 미중 양국에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실험 준비를 은폐하는 기술수준을 과시하며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 강도를 갑자기 끌어올린 것이다.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목적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핵무기의 고성능화와 미국을 북·미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것, 5월 초순에 36년 만에 개최될 예정인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를 위해 김정은 제1서기의 실적·권위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수소폭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의 앞줄에 우뚝 서게 됐다”고 선언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 노선을 고집하겠다고 다시 천명하는 심리전적인 성격이 있다.

지난해 7월 이란과 미·러·중·영·독·불 6개국의 핵 협의가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이란이 핵개발을 제한하고, 미국, 유럽은 제재를 완화·해제하겠다는 것으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길은 거의 막혔다고 할 수 있다. 6자회담의 구성국인 한·미·일·중·러 5개국은 이 사례를 참고로 북한과의 회담 재개를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일방적으로 핵개발을 동결·중단하려는 논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일축하고, ‘수소폭탄실험’이라는 도발로 증명했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핵보유국’임을 미국에 인정받는 데 있다. 어떤 대화도 이를 위한 절차에 불과했다.

북한 수뇌부는 독재자로 42년간 리비아에서 군림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이 미국 등 서방권의 강압으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카다피의 ‘오판’을 ‘교훈’으로 받아들인 이란은 달랐다. 경제 제재로 고통 받는 중산층과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도 카다피의 오판, 이란의 대응을 보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서울뿐만 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겠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위협하고, 모든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떠나라는 경고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국은 ‘수소폭탄 실험’ 후 이틀 뒤에 군사분계선에서 큰 소리의 대북선전방송으로 응수했다. 유엔안보리도 더 엄한 제재를 결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군은 이르면 3월 실시할 예정인 연례군사연습 ‘키 리졸브’ 때 북한이 핵무기 사용의 징후를 보일 경우에는 선제공격도 불사하는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은 3년 전처럼 핵전쟁 위기를 선동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이번 실험으로 핵개발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찬하면서 당대회의 성공을 위해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총력을 다할 것인가?

중국과 미일은 도서영유와 해양규범을 놓고 날을 세우고 러시아와 미국·유럽은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계속 반목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나 선전 등을 통한 군사도발을 계속하고 한미와의 긴장을 높게 유지하면서도, 대화 공세를 하는 것으로 관련 당사국들이 통일된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주력한다고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해지 않으면 어떠한 대화도 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국내외로부터 많은 의문이 제기돼 왔다. 반면 중국은 북핵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타국의 요구에 자주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압력은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주효해 미국이 대화의 자리에 참석하면 북한은 ‘승리’를 선언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를 시간벌이를 위한 보다 확실한 배경으로 삼는 길이 열린다고 짐작하고 있는 듯하다.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제재 내용에 우선 주목하고 싶다. 그동안의 제재에 실효성이 따르지 않은 것은 중국의 책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대국민 담화 발표 기자회견에서 “어려울 때에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한국에게 미일과의 강고한 관계를 기반으로 중국 러시아와 연계하는 전략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미일과 중국의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중국 중시의 입장에 서기로 결정하는 것도, 비중을 보다 미일에 기울여 중국과 거리를 두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여론도 갈리기 때문이다.

경제의 불확실성과 커지는 소득격차, 영호남 지역갈등, 심화된 20~30대와 50~60대 세대갈등, 위안부 문제의 한일합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노동개혁문제, 2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 등으로 국론이 분열되기 쉽다.

하지만 서로 갈등하는 소재는 여러 가지가 있어도, 북핵 문제만큼은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 중국 등 관련국들의 결속을 강화하고, 제재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한국은 지금, 핵 포기인가 자멸인가 중 하나의 선택으로 몰아넣는 새로운 각오로 북한문제에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