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성 / 경제부 부장

생활의 안식을 위해 논어를 읽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지친 일상에서 여유를 잃고 삶의 목적과 방향을 놓치게 되면 성현들의 지혜를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공자는 행복론을 따로 구분해 정리하는 말을 남기진 않았지만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배려와 용서를 우선시 했다. 욕심보다는 내려놓는 삶이 군자의 길이라는 것이다.

누리는 물질을 행복의 척도로 삼는 것은 선비의 길이 아니며 '자기 중심'적인 사고 때문에 주변의 변화에 민감하고 상처를 받는다고 공자는 지적하고 있다.

공자는 '공부하며 새로운 것을 아는 데서 오는 기쁨, 멀리서 온 벗과 우애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군자가 됨'(논어)이 행복의 정수라고 표현했다.

당장 물질의 부를 축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행복론의 줄기가 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 속, 우리는 공자의 말에 사뭇 당혹스러워진다. 가족들은 정신을 가다듬는 수행보다는 좋은 집과 차에 더 눈길을 준다. 아이들은 고전을 읽으며 지식세계에 몰입하는 것보다는 신나는 놀이공원과 좋은 옷과 신발, 게임에 빠지기 일쑤다. 여성들은 돋보이는 패션과 스타일에 더 가치를 둔다고 하면 크게 화를 내지는 않을 것 같다. 남성들에겐 더 많은 유혹이 상존한다.

물론 현대의 우리는 자기만의 행복론에 바탕을 두고 산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일상적인 언행과 결정은 그 목표가 바로 '행복해지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재력'이라고 한다면 많은 독자들이 극구 부인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럼 미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4781억 달러. 행복의 척도에서 가장 중요한 돈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미국의 최고 상위 부자 100명의 재산을 합한 돈이다.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다. 한국의 한 해 국내 총생산의 3분의 1이 넘는 액수다.

평균 54세. 상위 100위 안에 실제로 62년생들이 많았다. '지천명'인 이들 부자들은 아이들이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할 나이가 대부분이다. 물론 100명 안에는 25세 (스냅챗의 이반 스피겔)부터 85세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포진해 있다.

대부분 자수성가형인 이들은 자신들이 쌓은 부를 과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신적, 철학적 가치가 스스로를 이끌었다며 돈보다는 흥미와 노력이 성공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이들 중엔 젊은 나이에 큰 부를 축적해 사회에 공헌하고, 그늘진 곳을 돌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돈을 버는 것보다 이런 활동이 더 의미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니 어떻게 보면 이들이 가진 돈과 행복은 그래프에서 평행선을 그을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아니면 부호들이 돈으로 채울 수 없는 행복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는 역설도 크게 빗나간 생각은 아닐 것이다.

다시 보면 수백 년 전 공자의 말대로 행복은 부의 축적이 아닌 부의 적절한 분배에서 나올 수 있다는 생각도 가능하고 유효해진다.

모기지와 아이들의 학비를 걱정해야 하는 민초들에겐 이들 양축이 멀리 느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자들은 철학적이고 민초들은 물질적이다.

정말 행복은 어디서 오는지 궁금해진다. 적절한 중간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이들 대부호 100명에게 정말 행복한지, 무엇 때문에, 어떻게 행복한지를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그들도 우리와 같은 방식의 고민을 하고 있을 진데 온도차는 마냥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