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현 /홍콩한국국제학교장

홍콩한국국제학교(교육부인가)는 교민, 주재원 자녀 등 재외국민 교육을 위해 사이완호에 세워진 학교입니다. 세계에 32개의 한국학교가 정부, 공관, 교민, 교원들의 노력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 학교만큼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명문학교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해외에 있는 한국학교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초중고 졸업학력을 인정받으며, 정부로부터 재정 등의 지원을 받고, 현지 및 본국에서 우수 교사를 초빙하여 교육적 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KIS에서도 이러한 제도적 틀 내에서 일정 기간 홍콩에서 생활하면서 학생이나 학부모가 겪게 될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학생 개개인의 꿈과 진로에 따른 성장을 돕는 교육적 징검다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재외국민이 살기 시작한지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홍콩으로 옮겨오시는 부모님들의 가장 큰 걱정꺼리는 자녀교육입니다. 영어 교육에 대한 염려, 대학진학에 대한 걱정, 사회적 문화의 학습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염려와 걱정이 한국학교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현지의 유명 국제학교에 입학을 대기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현실입니다.

“응답하라 1988”, 최근 국민적 관심을 받은 드라마입니다. 홍콩에서도 많은 교민들이 함께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30~40여년 전에 한국을 떠나 홍콩에 정착하신 교민들께서 보시기에 오랜 친구의 사진을 보는 것 같아서 공감을 얻을 수 있었나 봅니다. 올림픽을 개최하고 산업화의 시기로 접어들어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기의 모습이었기에 홍콩에 거주하시는 국민의 가슴을 더욱 뭉클하게 했을 것 같습니다. “홍콩교민사”에 실린 1985년 학교 건립을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인 한인회, 1994년 한국국제학교 준공식 사진을 보니 그 때의 열정과 헌신이 “응답하라 KIS”를 보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속의 덕선(걸스데이 혜리)과 택(박보검)이 저보다 2살 어린 것 같습니다. 30년이라는 시간은 어린 소년이 중년의 어른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긴 세월만큼이나 홍콩에서 재외국민에 대한 교육지원은 확대되었고, 향후에도 재외 국민에 대한 교육적 지원은 더욱 늘어 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교장실에 앉아 있으면 큰 하늘색 교문 사이로 해맑은 학생들이 등교 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제가 KIS 부임한 첫 날, 한동안 우리 학생들이 등교 모습을 보며 학생들과 가까워지는 법을 다음과 같이 고민해봅니다.

세상의 모든 식물도 꽃을 피워야 아름답다고 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비전을 세워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행동을 실천하여 자신의 꿈 열매를 옹골차게 맺을 수 있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전체로서 학생을 보기보다는 한명의 인격체로 소중하게 가꾸어 나가겠습니다.
영어와 중국어 등 글로벌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초로 하여 세계의 학생들과 교류하고, 글로벌 공동체에서 존중과 배려, 정직과, 책임, 소통과 협력을 실천하고 가정과 학교에서는 바른 예절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성과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홍콩사회를 잘 이해하고,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며, 비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2012,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충분히 준수하면서도 홍콩 사회, 문화, 역사, 과학을 탐구의 주제로 하여 교육내용을 재구성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보겠습니다.

2016년에는 젊고 능력있는 선생님을 새롭게 모셨습니다. 유호연(초등), 양지연(수학), 김태화(초등, 중국어)선생님이 홍콩에서 펼치실 활약을 기대합니다. 최고의 선생님을 모신 만큼 KIS의 교육활동도 그만큼 성장하지 않을까요?

무릇 세상에 귀하고 고귀한 것은 드물다고 했습니다. 노력 없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지금 현실의 문제에 얽매여 있기보다는 다음 세대의 행복을 생각하며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KIS의 10년 후를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