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래카드와 현수막으로 조용히 항의하는 시민들(스키야바시 네거리).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일본 동경의 대표 번화가 긴자(銀座)에서 지난 6일 혐한·배외주의자들의 차별 선동시위가 있어,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무언의 항의활동을 벌였다고 민단신문이 보도했다. 지역 상인과 손님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결과적으로는 “조선학교 부숴버려라” “(중국인에 대한) 국비 유학제도 폐지”등을 외치는 시위대의 추악함만 부각됐다.

신문에 따르면 항의하는 시민들은 긴자 인근의 미즈타니바시(水谷橋)공원에서 소토보리도리(外堀通)거리를 활보하는 시위대에 근처의 스키야바시(數寄屋橋)사거리에서 4방향으로 엉겨붙어 맞서싸웠다. 손에는 “재특회, 넷우익은 나가라”, “긴자의 거리는 헤이트스피치를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붙잡고 높이 들었다. 신기한 듯 들여다보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영어로 “헤이트스피치 데모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시위대는 50명 안팎이었지만, 시민그룹은 수백명 규모로, 수적으로는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청년회 중앙본부(회장 박유식)도 “헤이트스피치,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쓴 높이 약 3m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항의활동에 앞장섰다.

시위대가 접근해와도 항의활동에 모인 시민들로부터 확성기를 이용한 과격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시위대가 사거리를 지나면 플래카드를 들이대며 함께 인도를 누볐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위대 해산 지점인 히비야(日比谷)공원까지 항의활동을 계속했다.

긴자는 동경에서 특히 외국인의 왕래가 많은 지역으로, 여기서 지난해에만 14번의 헤이트스피치 시위가 반복됐다.

항의활동을 호소한 ‘대(對) 레이시스트 행동집단’과 ‘동경 급수 크루(TQC)’는 그동안 지자체나 긴자 지역 상점회와 연락을 취하며, 지역 상점회뿐 아니라 관광객이나 고객들로부터도 협력을 이끌어낼 만한 행동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했다.

그때 긴자의 상점 관계자로부터 “헤이트스피치 데모가 성가신 것은 당연하지만, 항의하는 소리도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와, 확성기를 쓰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플래카드에 글을 남기는 방식을 채용했다.

이는 3년 전 재일동포 밀집지역인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처음 생겨난 ‘플래카드 부대’의 부활로 볼 수 있다. 항의시위대에는 쇼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항의활동에 가담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