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련화 / 기자

요즘 한편의 드라마가 몰고 온 열기가 뜨겁다.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 상영되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인기는 애초의 예상을 모두 뛰어넘었다. 남주인공이 군인이라 대부분 제복을 입어야 하고 여주인공이 의사라 가운을 입어야 한다는 것에 비추어 제작비 충당의 공신인 간접광고가 적을 거란 생각에 한국 SBS는 방송편성을 거부했다. 결국 KBS2채널과 협상이 이뤄지긴 했지만 방영직전까지 촬영 일짜를 못 맞출까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하지만 방영 첫 회부터 드라마는 보기 좋은 스타트를 떼였다. 8회 방영된 지금까지 한국내 시청률이 마의 40%를 육박하는 것은 물론 중국 동영상 서비스업체인 아이치이(爱奇艺) 에서 누적조회수가 2억 5천만을 기록했다.

중국과 한국 전역에 퍼진 "송중기앓이"는 이유가 있다. 스멀스멀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싱숭생숭한 봄에 멜로드라마라니, 실력을 인정받은 제작진, 게다가 갓 제대하고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송중기의 군인배역, 퍽퍽한 일상에 뭔가 위로가 절실히 필요했던 시청자들에게 안전감 있고 유쾌한 군인 "유시진"은 닦이였다.

한편 "태양의 후예"가 또다른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100% 사전제작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한국드라마는 대부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쪽대본으로 진행이 되면서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결말을 조율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다보니 드라마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중국 방송 시스템상 심사를 위해 16부 전작을 모두 방송 전에 제작 완료한 "태양의 후예"는 한국 드라마계의 낡은 관행, 후진적 시스템 하나를 보기 좋게 깨주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드라마 팬으로서 저자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일을 겪었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가장 기피한다는 "스포일러(영화, 소설 등의 줄거리나 결말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들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를 끝내 당하고 만 것이다. 매일매일 한국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태양의 후예"관련기사를 훑었어도 그런 일은 없었다. 하지만 중국 포털사이트 검색 한번에 스포일러를 당해버리고 만 것이다.

스포일러는 관객이나 독자의 입장에서 볼때 기대했던 작품에 대한 흥을 깨는 훼방꾼이고 작가나 제작자 입장에서는 잠재적 관객수를 잠식하여 흥행률을 떨어뜨리는 원망스러운 헤살꾼이다.

한국에서는 해당 드라마의 결말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모든 대본을 전량 수거하는 등 철통보안에 나섰다. 한국 드라마이고 서캐까지 캐내기로 소문난 한국 기자들이 드라마 결말을 모를리가 없지만 아무리 훑어도 한국 사이트에서 드라마의 결말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중국은 대표적인 포털사이트마저 검색하면 톱기사로 버젓이, 그것도 결말을 버젓이 제목으로 올려놓았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 고가로 수출이 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선 드라마, 스포일러 기사는 국제적 망신이다. 독자들에게는 "알권리"와 더불어 "모를 권리"도 있는데. 아무리 그 속에 얽힌 이해관계가 있다 해도 상식을 벗어난 이런 스포일러는 용서가 안 된다. 에티켓이 있다면 스포일러 기사는 지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