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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일본에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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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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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한 가운데 조선인으로 되밀려난 나는 산천도 뒤흔들만큼 마을마다 “만세! 만세!”로 들끓던 그때, 마치 집 잃은 강아지처럼 항구의 제방에 우두커니 서서 우미유카바나 고지마 다카노리 노래 등을 흥얼거렸습니다. 아는 게 그것밖에 없는 나였습니다.”

재일조선인 시인 김시종이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생애 처음 풀어낸 자서전 ‘조선과 일본에 살다’(돌베개)에 쓴 고백이다. 시인은 식민지통치라는 말조차 몰랐던, 해방이 되려 암흑으로 여겨졌던 철저한 ‘황국소년’이었다. 정감어린 일본의 노래에 푹 싸여 한글은 가나다라의 가 하나 쓰지못한 자발적 신생일본인이었다는 것이다.

시인의 삶은 해방과 제주의 4.3으로 운명의 아이러니로 빠져든다. 해방후 그는 조국의 현실과 사회의식에 눈을 떠 민족의 말과 글, 문학을 왕성하게 배워나갔고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한 학생운동과 남로당 활동에 투신하는 등 사상적 전환을 겪는다.

제주 4.3의 현장에서 학살의 광풍을 피해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탈출한 그의 삶은 다시 일본어로 생각과 말을 지어야 하는 삶이었다.

책은 4.3사건에 상당부분 할애돼 있다. 당시 여러 활동에 가담하고 제주 성내에서 연락활동 등을 한 그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있다. 밀항 끝에 오사카의 재일 집단거주지 이카이노에 자리를 잡은 그는 불안과 가난 속에서 차츰 자리를 잡고 활발한 사회, 문학 활동을 이어간다.

시인은 불과 몇 년 전 까지도 4.3에 대한 이야기를 아내에게조차 숨겼다고 털어놓는다. 고향을 떠나온지 49년만인 1998년 비로소 제주를 방문하고 한국국적을 취득한 그의 ‘재일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란 화두가 책 뒤에 무겁게 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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