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논설위원

중국의 우왕이 말했다. “내가 천하를 둘러보니 우부우부(愚夫愚婦)들도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백성은 가까이 친애할 것이나 하대해서는 안된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 민본(民本)은 서경(書經)의 하서(夏書)에 나오는 ‘민유방본(民惟邦本) 본고방령(本固邦寧)’에서 유래됐다.

국어사전에는 민본을 ‘국민을 위주로 함’이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너무 간략해 민본에 내재된 뜻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나라 헌법 1조 2항이 민본주의를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맹자는 2천300년 전에 이미 권력의 원천이 백성에게 있음을 간파했다.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다음이며 임금은 가벼운 존재다). 맹자 진심 하권에 나오는 말이다. 민본사상을 이보다 더 간명하고 깊이 있게 응축한 글귀는 없을 것이다.

민본을 얘기하면서 근대 민본사상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다산 정약용을 빼놓을 수는 없다. 다산은 위민(爲民)에서 진일보해 백성을 적극적 정치의 주체로 정립한 인물이다. 다산은 통치자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 백성이 통치자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태초에는 백성들뿐이었으나 백성의 필요에 의해 통치자를 추대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백성의 근원성을 강조하며, 정치는 아래(民)서 위(治者)로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에서 300명의 후보가 국민의 간택을 받았다. 20대 국회를 4년간 이끌어갈 주인공이다. 하지만 국회 입성을 예약한 선량(選良)들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이 붙은 19대 때의 경험칙 때문일 게다. 국회의원 특권 내리기나 정치개혁, 일자리 창출 같은 공약이 얼마나 실천될지도 미지수다.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했던 초심을 계속 지킬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효율적인 국회, 새로운 정치를 위해 300명이 함께 새겨야 할 화두가 바로 민본(民本)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