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파나 코차르 / IMF 아·태 부국장 겸 한국담당 수석]

아시아지역 각국이 처한 경제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풍을 맞으며 힘겹게 전진하고 있는 항해`라 할 수 있겠다. 금융시장 불안정, 유럽의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도전적인 글로벌 여건 속에서 그나마 어렵게 어렵게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기대했던 것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의 `슈퍼파워`였던 중국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면서 중국에 기대어 왔던 여러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다. 수시로 발생하는 자연재해와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외교적 불확실성 또한 아시아 각국 경제에 버거운 짐이다.

무엇보다 아시아지역 여러 국가들이 지난 10년간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에 저성장과 고금리 상황은 결정적으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아시아지역 경제활동은 지난해 말부터 느려지기 시작했으며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5.3%로 2015년보다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아시아는 여전히 세계 경제성장의 거의 3분의 2를 담당하며 세계 경제의 주요 엔진으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게다가 재정수지 흑자와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외부 충격에 대한 보호막도 튼튼한 편이다. 각국 정부의 선제적 대응으로 금융 안정성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으며 상호 교역량도 적지 않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저물가와 낮은 실업률은 내수를 지탱하고 있다.

IMF가 전망한 중국의 GDP 성장률은 올해 6.5%, 내년 6.2%다. 중국 제조업이 부진하기 때문인데 이는 중국의 경제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국가 주도의 투자 중심에서 개인 소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진통에 불과하다. 이 같은 구조조정 시기를 겪고 나면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다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인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 경제다. 저유가와 소비 증가의 영향으로 인도 GDP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에 7.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타 아시아지역 국가들에도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 최근까지 진행된 중국의 건설 붐을 지원해 온 나라들, 이를테면 철강, 목재 등 건설자재들을 수출해 온 나라들은, 건설과 제조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중국 때문에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겠지만, 소비재를 중국에 수출하거나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나라들은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

또 중국이 노동집약적 생산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봉제, 신발, 가구, 완구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특화된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 저소득 아시아 국가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은 고도 성장기에 진입한 아시아지역 다른 나라들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 경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2.7%와 2.9%로 점진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듯하지만 성장 기반이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노동시장 경직성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개인은 소득이 늘어났지만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기업은 수익이 늘어나도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불어오는 역풍에 밀려 뒤로 물러서지 않으려면 한국은 개혁과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여야 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 생산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규제개혁을 통해 서비스 분야 생산성을 높여야 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규제개혁과 창조경제 육성에 나섰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단기적으로나마 과감한 재정 지원과 융통성 있는 통화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한국은 지금 결단과 행동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