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환/OC취재팀장

얼마 전 끝난 6·7 예비선거는 오렌지카운티 한인 정치사에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오렌지카운티 한인 3명이 동시에 가주의회 선거에 나선 것부터가 미증유의 사례였다.

공화당의 영 김 65지구 하원의원과 68지구 하원에 출마한 최석호 어바인 시장은 11월 결선에 진출했다. 주상원 29지구에 출마한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이 정치 신인 자시 뉴먼에게 밀려 결선행 티켓을 놓친 것이 아쉽긴 하나 3명 중 2명이 결선에 나서게 된 것도 OC한인사회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두 한인의 결선 진출만 놓고 의미를 운운하는 것은 아니다. 김 의원은 현직으로 재선에 도전한다. 최 시장은 카운티 내에서도 손꼽히는 공화당 우세지역인 68지구에서 민주당 후보와 격돌하게 돼 충분히 당선을 노릴 만하다. 김 의원과 최 시장이 11월 선거에서 나란히 승리하면 오렌지카운티 한인 정치인 2명이 사상 최초로 동시에 주하원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6월 선거는 아쉬움도 남겼다. 가장 큰 아쉬움은 한인사회의 선거 열기가 예전만 못했다는 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한인사회는 전에 없이 조용했다. 혹자는 "다년간 유권자등록 운동이 벌어져 등록할 만한 이는 다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등록보다 더 중요한 것이 투표다.

올해 5월 초 현재 오렌지카운티의 한국 출생 유권자 수는 2만8399명이다. OC선거관리국은 이들 중 약 25%나 되는 7144명을 비활동유권자로 분류한다. 비활동유권자는 가주 전역 선거에서 4회 연속 투표를 하지 않은 이다. 선거관리국은 비활동유권자에겐 견본투표지와 우편투표용지를 발송조차 하지 않는다.

전체의 25%나 되는 비활동유권자를 포기해선 안 된다. 향후 한인사회가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일 때, 이들이 우편투표에 습관을 들이도록 해 지속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활동유권자도 투표에 임하면 그 이후엔 활동유권자가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아쉬움은 선거에 나선 한인후보들에 대한 한인사회의 평가가 타인종들에 비해 박했다는 점이다. 어떤 이들은 "강석희, 최석호가 어바인에선 통했겠지만 주의회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겠느냐"며 "어차피 떨어질 후보가 출마해 선거자금을 모으는 것은 한인 커뮤니티의 자원 낭비"라고까지 말했다. 이런 주장을 한 많은 이들은 만나는 한인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설파하며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지 말라"는 충고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의 시각이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철저히 결과지상주의에 입각한 것이며 한인 정치인의 도전 의욕을 사전에 꺾어버리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타인종들이 유력 후보로 여기는 인물들을 한인들이 앞장서 폄하하고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OC공화당은 일부 한인들이 가볍게 여긴 강 전 시장을 의식해 원래 선거에 나서려던 백인 정치인 보좌관을 주저앉히고 링링 챙 주하원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해 이를 성사시켰다. 또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대로 강 전 시장과 최 시장은 선거를 앞두고 네거티브 캠페인의 집중 표적이 됐다. 이는 두 한인후보가 당선권에 근접한 유력 후보였기에 벌어진 일이다. 어느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없는 군소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캠페인에 몰두하겠는가. 타인종이 중량감을 느끼는 후보를 한인 스스로 가벼이 여기는 일은 다시없길 바란다.

11월 선거엔 김 의원과 최 시장 외에 3명의 한인이 더 출마한다. 피터 김 라팔마 시의원은 재선을 노린다. 브레아와 풀러턴에선 에스더 임, 제시 조씨가 두 도시 사상 최초의 한인 교육위원 당선에 도전한다. 선거의 속성은 1등만 기억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인 정치인 당선'이란 열매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도전에 나서는 한인들의 용기가 없으면 절대로 맺히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