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 전 인사혁신처장

지난번 기고(청해진 프로젝트)에서 국내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통해 대한민국 잡(JOB) 영토를 세계로 넓히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제는 반대로 이미 해외에 진출한 우리의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바로 전 세계 181개국에서 땀 흘리고 있는 718만 재외동포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까 하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 진출해 있는 인적자원인 재외동포를 활용하는 것은 국내 인적자원을 해외로 진출시키는 것보다 훨씬 수월한 작업이다. 또한 718만명이라는 숫자는 국내 인구 5158만명(통계청, 4월 기준)의 13.9%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다. 부산시 인구가 351만명인데, 해외에 부산시 규모 정도의 도시를 2개나 갖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많은 국가가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전 세계 유대인 1300만명 중 50%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고, 이들이 아이비리그의 30%, 노벨상 수상자의 23%를 점유하고 있다. 화교는 해외 6000만명으로 추정되며, 10억달러 이상 부호의 15%가 중국인이라고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3분의 1을 인도인이 창업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해외 인적자원의 활용이 더 이상 다른 국가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에게도 신라방, 장보고 등 해외 진출의 역사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재외동포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보호와 지원 중심에서 인적자원 연구개발(R&D) 개념으로 정책 성격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임무의 전진기지 역할은 전 세계에 걸쳐 설치돼 있는 재외공관(대사관·영사관)이 맡아야 한다. 지금의 영사서비스 `프로세스` 중심에서 인적자원 활용 `정책`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각국에 21세기 뉴코리아타운(New Korea Town)을 건설하는 것이다.

재외동포는 임명장 없는 외교관이라고 말할 수 있고, 모국(母國)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다. 이러한 재외동포를 육성하고 성장시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국가 측면에서 국제적 위상 강화의 원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재외동포 개인 측면에서도 개인의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긍심까지 부여할 수 있다.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 뉴코리아타운 설립이 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