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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측근 시대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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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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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 문화일보 논설위원]


   
대한민국 관료는 권력의 풍향계에 따라 이리저리 넘어지는 갈대?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대한민국의 국가적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허물었던 무려 10년 간의 ‘좌파 폭주(暴走) 시대’. 정권에 반기를 들었던 장관이나 차관이 단 한 명 없이 관료들은 정권 입맛대로 땅을 파고, 대못질들을 해대며 정권의 양순한 집행자 역할을 했다. 관료들은 항변할 것이다. 정권이 보직·승진 인사 권한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갈대일 수밖에 없었다고. 역시 갈대들의 판단은 옳았다. 좌파 폭주 시대에 책임 지는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이 또 이명박 정권에 봉직하고 있다. 그래서 공무원이 철밥통이라는 말은 절대 모욕적인 표현이 아니다.

이런 관료 사회의 갈대 근성을 기형적으로 역이용한 발상이 ‘실세 차관정치’. 대통령 이명박의 왕측근이나 청와대 출신 비서관들로 21명의 차관을 확 바꿔버렸다. 이번에 바뀌지 않은 차관들도 원래 왕차관들. 모조리 왕차관들. 국무총리와 장관 밑으로 ‘실세’ 완장을 찬 왕차관을 내려보내 관료사회를 장악하겠다는 것. 부처에서 대통령과 청와대의 힘을 받는 실세가 장관이 아니라 차관이 되는 것. 그러면 장관은 실세 차관의 눈치를 보게되고, 차관 밑의 공무원들은 실세 차관으로 몰리게 된다. 왜? 관료는 보직·승진권을 쥐고 있는 차관의 명령이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또 변명할 것이다. 총리 한승수 밑의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대통령 친형 국회의원 이상득의 보좌관과 청와대 왕비서관을 지낸 박영준을 앉혔다. 만사형통(萬事兄通)에 만사청통(萬事靑通)! 국무차장은 부처의 왕차관들을 모아 정책을 조율한다나? 총리나 장관은 결재난에 사인이나 하는 의전 총리, 의전 장관이 될 수밖에. 총리나 장관의 핫바지 시대를 말한다. 왕차관이 총리나 장관 말 듣겠나? 행정부 곳곳에서 차관에 의한 하극상 - ‘하극상의 제도화’다.

총리와 장관이 맘에 들지 않으면 그 사람들을 바꾸는 것이 정도일텐데, 이걸 피해 왕차관으로 메우겠다는 발상, 관료 사회에서 건국 이후 처음 보는 일이다. 그런데도 총리, 장관 어느 누구 하나 이런 모멸적인 인사에 사표 한 장 쓰지 않고 순응하고 있다. 벼슬을 하려면 바람 따라 쏠리는 갈대 근성, 참고 또 참는 인내력부터 초인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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