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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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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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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 문화일보 논설위원]


   
박근혜, 신비스러운 은둔형이다. 파괴력은 찬바람이 씽씽 부는 당돌함에서 나온다. 산전수전 다 겪은 중진들도 박근혜 앞에선 땀을 흘린다. 묘한 카리스마, 그러나 그 신비주의가 바로 이명박을 상대로 한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인이 되었다. 2007년 경선 때의 일화. 박근혜가 경선 후보 등록 첫날 등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첫날 이명박이 등록한다니까 다음날로 피하려고? 박근혜의 실토, 후보 등록비용이 없어서요? 등록 비용이 2억5000만원인데, 5000만원밖에 없다는 것. A씨가 회사 퇴직금으로 등록 비용을 냈다. (친박 진영 핵심들의 일치된 증언) 경선 캠프 사람들은 푹푹 찌는 한여름에 냉장고가 없어 찬물도 마시지 못했다. 서청원의 부인이 중고 냉장고를 샀다. 밥 먹으러 부대찌개집도 선뜻 가지 못했다. 이게 정치인 박근혜의 실체다. 뭐든지 다 해줄 것 같은 ‘굴러온 돌’ 이명박이 2년3개월이나 당 대표를 지낸 ‘박힌 돌’ 박근혜를 이긴 이유다.

박근혜가 대통령 이명박을 상대하는 패러다임을 박근혜의 소극적 정치 스타일로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지 모른다. 선제적으로 정치를 만들어가고 남의 소유물을 빼앗아오는 스타일이 아니다. 여론 추수형이다. 그건 대권을 잡기에는 부적합하다. 정권은 쟁취하는 자의 소유물. 대세론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패했다. 1971년 김영삼이 김대중에게 신민당 대선 후보를 빼앗겼고, 박정희가 장면 정권을 무너뜨렸고, 전두환이 3김씨들로부터 권력을 찬탈했고, 김영삼이 노태우로부터 대권을 빼앗다시피했다. 이회창이 김대중에게→이인제가 노무현에게→이회창이 노무현에게→박근혜가 이명박한테 빼앗긴 것.

어차피 친박계는 존재한다. 이걸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한나라당에 정치가 없다. 비주류로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고. 과거 신민당 시절 김영삼의 상도동계와 김대중의 동교동계가 살벌한 경쟁을 했던 것처럼. 그래야 한나라당의 정치가 살아나고 이명박 정권이 성공할 수 있다. 친박계 사람들 중에는 박근혜 지지도가 40%대 1위라고 해서 차기 대권을 따논 당상이라도 되는 듯 거들먹거리기도 한다. 다 부질없는 착각이다. 빙빙 돈 것이 무려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비겁한 방관자나 기회주의자로 비칠 때가 된 건 아닐까? 기회주의자에겐 기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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