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한/UC 리버사이드 교수·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

1월 13일. 올해도 미주한인의날을 기념하는 도시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미주 한인재단에서도 이번 주에 여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각종 행사가 1월 13일 당일만 기념하는 형식에 그친다면 미주한인의날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주한인의 날을 기념하고 자축하는 행사는 무엇을 의미하며 왜 중요한가를 우리 스스로 질문하고 기억해야 한다.

우선 미주한인의날이 우리가 일구어낸 귀중한 유산이라는 인식과, 미국 사회의 주인으로서 한인의 정체성을 당당히 알리고 자축하는 주인 의식이 필요하다. 여러 인종이 어울려 살고 있는 미국에서 미주한인의날이 선포되고 축하행사가 열리는 것은 다인종 다민족 사회에서 중요한 구성원으로 인정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인 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의무와 권리 행사를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사회인 미국에서 참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의무이며 동시에 권리다. 즉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주인으로서 행동에 옮기는 첫번째 의무이며 권리인 것이다.

미주한인의날은 차세대 교육의 장으로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 필자가 발굴한 리버사이드 한인촌과 도산 안창호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미 전국에서 도산 안창호에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어린 학생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오고 있다. 초기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자신들의 뿌리를 찾는 중요한 작업들이다.

미주 한인 역사는 미국의 역사이자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연장이며,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역사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으면서 뿌리를 모른다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식 교육을 받고 자라나 성공한 한인 2, 3세 의사·변호사·박사들이 매우 많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뿌리를 모른다.

최근 우연히 만난 2세 목회자가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를 찾아왔다. 그는 대부분의 한인 2세들이 허공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뿌리를 모르고 확고한 정체성 확립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김영옥 대령의 스토리를 통해서 코리안 아메리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는 올해 사업의 일환으로 중·고등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미주 한인사를 출판할 예정이다.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출판할 계획이다. 영어판은 한국어를 잘 모르는 2세들을 위한 것으로, 미주 한인 역사를 통해 그들의 자아의식 확립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며, 한국어 판은 한국어 학교, 한글학교, 교회 주말학교 등에서 교재로 사용하여 2세들에게 한국어도 가르치고 동시에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미주한인의날은 이민자인 한인 1세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한인 1세들은 인종 차별, 언어장벽, 그리고 문화차이 등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미국 사회에 정착한 세대들이다. 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 온 세대. 4·29폭동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경험하면서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배운 세대이다.

그들의 경험이 바로 미주 한인 역사이다. 초기 한인 이민자들의 경험과 1970년대 이후 이민 온 세대들의 역사와 체험을 비교하면서 미주한인의날의 의미를 되새기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