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학회(KAJA, 회장 김환기 동국대 교수)가 ‘동아시아의 마이너리티와 일본연구’를 주제로 오는18일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 국제관에서 국제학술대회(제94회)를 연다.

오전 10시부터 4부로 나뉘어 진행되는 회의에는 ‘일본 사회의 마이너리티’인 재일 조선인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가 ‘애매한 일본과 나’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에 나서며, 다수의 한·일 연구자들이 마이너리티를 매개로 일본 문학과 문화, 언어 그리고 정치·경제·사회를 깊이 들여다 본다.

통상 ‘소수자’, ‘약자’로 번역되는 마이너리티를 “동아시아 관점에서 주목해 일본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겠다는 것을 이번 회의의 목적으로 내건 학회 쪽은, “중국 지향의 전근대와 서구 지향의 근대로 엇갈린 동아시아에서 경계적 위치에 있는 일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마이너리티의 실체와 현황을 더욱 명확하게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학회는 또 일반적으로 각기 따로 다뤄져 온 내셔널·에스닉(민족적·인종적) 마이너리티와 젠더·신체적 마이너리티를 “동일한 시좌에서 함께 논의함으로써 현대의 마이너리티 문제를 좀 더 중층적으로 사유하고 성찰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노벨문학상을 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수상기념 강연 ‘아름다운 일본과 나’,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오에 겐자부로의 노벨상 수상기념 강연 ‘애매한 일본의 나’를 염두에 둔 서경식 교수의 ‘애매한 일본과 나’는 ‘근대화 성공자’로서의 긍정적 자기상과 침략자로서의 부정적 자기상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일본의 ‘애매함’이 일본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본다. 서 교수는 그 애매한 일본과 관념적 격투를 벌인 오에와 가토 슈이치, 헨미 요 등 일본 지식인의 계보를 훑어보면서 그 애매함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일본문학1/ 마이너리티와 문학·사회-민족·인종’과 ‘일본문학2/ 마이너리티와 문학·문화-젠더·신체’라는 두 가지 소주제로 나뉘어 진행되는 제3부에서는 이수경 도쿄학예대 교수(‘다문화사회 일본과 재일코리언 여성’)와 이한정(상명대, ‘디아스포라문학으로서의 재일조선인 소설’), 신승모(동국대, ‘전후 재일조선인 문학잡지의 현재적 의의’) 교수, 그리고 다케우치 가요(니혼대, ‘마쓰우리 리에코 개몸(犬身)에 있어서의 젠더의 착종’), 히비 요시타카(나고야대, ‘격차사회와 마이너리티-현대문학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김효진(서울대, ‘일본 만화 속 여성 캐릭터의 젠더적 가능성’)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