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지난 3월 29~31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일본 교육혁명의 서막을 알리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전 세계 명문대들이 선호하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의 세계학회를 일본에서 개최한 것이다. 33개국 1500여 명이 참여했다.

IB는 1968년부터 스위스에 본사를 둔 비영리기관에서 주관하고 영국에 채점센터가 있으며 세계 각지의 지역별 거점 센터가 관리·지원하는 교육과정(시험 포함)이다. 초등과정, 중등과정, 대입과정, 직업과정 등 다양한 교육과정이 있는데, 특히 대입과정인 디플로마 프로그램이 전 세계 모든 명문대 입시에서 인정받고 선호되고 있다.

일본이 이러한 IB 교육과정을 국가가 나서서 공교육에 도입했다. 문부과학성에서 2013년에 처음 IB의 공교육 도입을 선언했고, IB 교육과정 및 시험 전 과정을 일본어로 번역했으며, 2016년 11월에 첫 IB 대입시험을 치렀고, 2018년까지 200개 공립학교에 IB 교육과정을 도입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미 일본 모든 대학에 국가 교육과정 및 국가 대입시험인 센터시험을 거치지 않고 IB 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들의 대입 허용을 지시했고, 일본 정부는 교사 교육과 채점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대회에 수차례 참석했지만, 왕실에서 나와 축사를 하는 경우를 처음 봤다. 아키시노 왕자가 미래 세대 역량과 전인적 교육을 구현하는 세계적 수준의 IB 교육과정에 대한 신뢰와 일본에서의 도입에 대한 기대를 강조했고, 문부과학성에서는 IB의 공교육 도입을 200개 학교를 넘어 지속적으로 확산할 것을 선언했으며, 주최 지역 도지사는 저출산, 고령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인재 양성을 위해 IB 교육과정이 일본 국가 교육혁명의 초석이 될 것임을 역설했다.

일본 문부성 관계자들은 연간 수천만 원의 학비를 내야 하는 국제학교에서나 받을 수 있었던 이 우수한 교육과정을 국가가 나서서 공립학교 학생들이 무료로 교육받게 한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경제 격차가 교육 격차로 귀결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신념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나라의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절박함이 교육혁명의 서막을 올리게 했다고 한다.

기조강연을 한 아라이 노리코 교수는 인공지능 로봇이 도쿄대 입시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진 수학자다. 그는 2010년 컴퓨터가 인간의 직업을 빼앗아갈 것임을 예언하는 책을 냈는데, 출간 직후 서점에서 자신의 책이 비즈니스 섹션이나 IT 섹션이 아닌, SF 섹션에 있는 걸 보고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쓰나미는 몰려오는데 그 엄연한 `현실`을 `SF`로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이 너무 걱정돼서 이들을 자각시키기 위해 2011년부터 도쿄대 로봇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도쿄대 입시 통과가 목적이 아니라 일본 국민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경각심과 인공지능에 백전백패할 교육을 혁명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목표였다. 프로젝트 시작 후 해마다 로봇의 합격 대학 수준을 높여가면서 국민의 눈을 뜨게 해주고 싶었단다.이제는 향후 10~20년 이내에 인공지능 로봇이 도쿄대, 베이징대, 아이비리그 등 세계적인 명문대에 합격하겠느냐는 질문에 일본 국민 80% 이상이 `그렇다`고 답할 만큼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에 아라이 교수는 얼마 전 로봇이 일본 전체 대입생의 상위 25% 실력을 갖춘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멈췄다. 이미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교육혁명은 이미 시작됐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대선주자들의 교육공약에서 아무도 `교육 내용의 방향`을 말하지 않는다. 구한말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할 때 젊은이들을 뽑아 선진 문물을 배워오게 했고, 그렇게 시대를 읽는 눈으로 근대화를 우리보다 먼저 했다. 거대한 시대의 변화를 `늦게` 읽어 나라를 빼앗겨야 했던 역사의 우를 반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