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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과지인 (觀過知仁)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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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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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1793년 4월 22일에 승지 심진현(沈晉賢) 등은 정조 임금이 탕평의 취지로 반대당을 등용하자, 숨죽여 지내던 귀두남면(鬼頭藍面)의 해괴한 무리가 한꺼번에 튀어나온다면서, 그들에게 내린 벼슬을 취소할 것을 건의했다. 정조는 큰 죄를 지은 자가 아니면 당파와 친소를 떠나 등용하겠다 하고, 건의를 올린 승지들을 도성 밖으로 쫓아내라는 뜻밖의 비답(批答)을 내렸다. 입으로는 소통을 말하면서 부싯돌이나 신기루처럼 잠깐 동안 반짝 사람의 눈이나 어지럽히는 것은 새로운 정치의 법식이 아니라고도 했다.

승정원이 술렁였다. 좌의정 김이소(金履素)가 처분을 거두어 줄 것을 청했다. 왕이 다시 말했다.

"모든 일은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이나 같다[過猶不及]'고 한다. 근래의 처분은 중도에 지나친 것이 아니고 어쩔 수 없어서일 뿐이다. 그래서 '허물을 보고서 어짊을 안다[觀過知仁]'고 말하는 것이다. 경이 만일 이 두 말로 미루어 본다면 나의 고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고질병에는 독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효험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의 풍속을 통해 지금의 폐단을 구원하려면서 어떻게 대승기탕(大承氣湯)에 좌사(佐使)의 두 맛을 가미(加味)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승지를 내쫓은 것은 법령을 게시하는 뜻에 불과하다. 무어 지나치게 걱정하고 탄식할 것이 있겠는가."

허물을 보면 그 사람이 어진지 어질지 않은지 알 수 있다는 관과지인(觀過知仁)은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지나침은 경계하겠지만, 그가 유용한 인재라면 작은 허물은 덮고 널리 뽑아 쓰겠다는 뜻을 말한 것이다. 대승기탕은 막힌 배변을 통하게 하는 성질이 강한 약재이다. 배변이 막히면 보통의 약으로는 안 된다. 하지만 강한 약은 부작용이 있다. 좌사(佐使)는 부작용을 덜고 치료를 돕는 보조 약재다. 다급하고 중한 병을 다스리려면 강한 처방과 함께 좌사의 약재가 필요하듯, 그가 설령 반대당이거나 약간의 결함이 있는 경우라도 등용하는 것이 맞는다는 취지였다. 승지를 내쫓은 것은 자신의 굳은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이려는 것일 뿐이니, 너무 염려 말라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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