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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의 言論에 비친 한국의 새 대통령 – Ⅲ
권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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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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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정ㅣ 일본 류코쿠대 교수] 

   
 

좌파(익) 우파(익)는 근대적 개념이다. 널리 알고 있듯이, 혁명기 프랑스 국민의회 의장의 오른쪽에 체제 옹호적인 보수 진영이, 왼쪽에 혁신적 진보 진영이 자리하고 있었던 데서 좌우익이라는 말이 유래한다. 그렇다면 이 말들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서양 근대 문화 수입의 창구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1920~1930년대 좌익 연극이 전성기를 맞고 프롤레타리아 문학이 유행했다. 당시의 상황에서 보자면 좋고 싫고를 떠나 식민지 한국의 문단이나 극단은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일본의 틀 안에서 활동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예컨대, 조선프롤레타리아작가연맹(KAPF)을 이끈 팔봉 김기진도 일본 릿쿄(立教)대학에 유학하면서 당시 문학, 사상의 한 조류였던 노동문학과 진보적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좌파 성향의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심취하게 된다.(李修京 2003 「近代韓国の知識人と国際平和運動」明石書店 참조)

일본의 체제 측에서 보면 좌익이란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악(惡)이었다. 좌익이란 독점적 기득권자에 의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개혁을 추구하며, 당시의 상황에서, 사회주의적 혹은 공산주의적 운동과 연대할 수 있는 진보적 집단 혹은 세력 정도로 이해되지 않았다. 국가권력에 의해 반체제(반 일본)의 불순분자, 사회의 안정・안녕을 위해 타파해야 하는 존재로 낙인이 찍혔고, 그러한 방향으로 일반 인식을 유도했다. 좌익=진보=공산주의자=반체제=사회불안요소라는 등식을 일반화 시켜갔던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좌익은 탄압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식민지 한국에서도 이러한 사정은 똑같을 수밖에 없었고, 해방 후의 혼란, 6・25 전쟁을 거치면서 좌익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갔다. 그리고 5・16 쿠데타 이후 30년간의 군사독재체제하에서 좌익・진보는 빨간 반체제 분자로 철저히 탄압을 받아야 했고 그 탄압은 ‘반공’이라는 잣대로 정당화되었다. 한국에서도 좌익・진보는 제도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악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좌익・진보는 식민지, 남북 분단과 전쟁, 군사 독재를 겪으며 의미가 변질되고, 백안시 당하고, 탄압에 시달려야 했다. 좌익・진보와 아무 상관도 없고 의식도 없는 사람이 좌익・진보로 몰려 고통을 받는 한국의 비극도 있었다. 날조된 좌익・진보라는 올가미를 체제유지를 위해 활용하기도 했던 것이다.

민주화 운동의 열매가 익어가는 과정에서 소위 좌파 정권이 탄생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한국 민주주의의 성공이라고도 했고 한국 사회의 성숙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좌익・진보=친북・친공=반일(반미)라는 등식은 그대로 생명력을 잃지 않았고, 그에 대항하듯, 우익・보수=반공・반민족=친일이라는 등식이 등장해 유행하기 시작했다.

힘을 얻은 좌익・진보가 역공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함께 힘을 얻은 등식이다. 좌익・진보를 탄압하던 권력체제가 활용하던 전화・비약・과도한 일반화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며 역공의 행진을 계속했던 것이다. 이후, 이념논쟁, 색깔논쟁이 격화되면서 이 두 개의 등식은 전화・비약・과도한 일반화를 확대 반복하면서 굳어만 갔다.

   
ⓒ 권오정 교수 제공

소위 좌파 정권 시절에 색깔 논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두 등식이 굳어져간 이유는 좌파 혹은 진보 정권 본래의 특성을 확실히 보임으로써 등식의 모순이나 허구성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좌파 정권이란 이익공유의 범위 확대를 지향한다는 것이 고전적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진보란 타자의 견해나 가치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유연성과 아량 없이는 열려지지 않는 보물상자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날의 소위 좌파 정권은 이익공유의 범위를 확대했다기보다 이익공유의 지역 혹은 집단을 바꾸었을 뿐이다. 그리고 타자에 대한 유연성과 아량은 찾아보기 어렵고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도그마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안티테제여야 했을 우익・보수의 구조와 논리를 그대로 답습 혹은 계승한 결과였다고 본다.

우파 정권이란 구성원의 자유 선택을 최대로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가 이익공유의 범위를 컨트롤하지 않는다는 게 역시 고전적 이해라고 볼 수 있다. 보수란 사회, 국가 구성원의 합의된 가치의 안정을 위하여 새로운 가치에 대한 검증과정을 닫아두지 않고 엄격히 관리하는 특성을 갖는다고 한다. 그러나 탄핵을 받아야 했던 정권에서 보듯이 한국의 소위 우익・보수 정권은 권력체제 속의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하여 폐쇄적인 독단적 통치를 해왔다. 거기에서는 우익의 이념도 보수의 지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우익・보수의 구조와 논리를 답습, 계승하면서 말만 바꾸어본들 좌익・진보는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소위 좌익・진보가 의사(疑似) 우익・보수를 흉내내고 소위 우익・보수가 의사 좌익・진보를 헐뜯는 한국의 악순환 구조가 일본에 역수출되어 일본 매체들을 춤추게 해 온건 아닌지 씁쓸한 기분이다. 문재인 정권은 일본의 매체들이 말하는 것처럼 과연 좌익・진보인가? 빨간 나라 건설을 지향할 것인가? 아니, 그에 앞서 대통령의 뜻 하나로 대한민국을 빨갛게 물들일 수 있다고 보는가?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통령이 좋아하는 시민들을 좌우로 나누어 정열시킬 수는 없다. 새 대통령 새 정권이 좌익・진보, 우익・보수라는 이념적 양극 구조를 극복하고 민주정치의 진수를 보여줌으로써 일본의 매체들이 기사를 고쳐 쓰고 세계가 박수를 보내는 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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